[김완하]낯선 문화를 향해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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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낯선 문화를 향해 떠나며

[중도춘추]김완하 한남대 문창과 교수

  • 승인 2009-07-29 21:37
  • 신문게재 2009-07-31 20면
  • 김완하 한남대 문창과 교수김완하 한남대 문창과 교수
며칠 후면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버클리대학교에 교환교수로 떠난다. 그곳의 한국학연구소의 초청을 받아서 우리 가족 4명이 함께 가서 1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다소 달러의 환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1년 반 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고, 또 캘리포니아 쪽이 시카고 등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집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굳이 그쪽으로 방향을 정한 데에는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곳으로의 결정에는 선택의 여지보다 문학하는 입장에서 버클리대학교는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고, 두 아이의 교육문제와 관련해서 미국행을 결심한 바에야 굳이 다른 곳을 고려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 김완하 한남대 문창과 교수
▲ 김완하 한남대 문창과 교수
한남대학교에서는 월급이 나오지만 아내의 고등학교에서는 급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는 상당한 경제적 지출이 예상되는 고액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번거롭고도 많은 서류와 그 절차들에 대해서는 이국에 가서 1년을 살아야 하는 전 가족의 이주개념으로 감수하기로 하였다. 그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외국인들과 대화하고 용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쾌감은 만만찮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서 먼저 적극적으로 문제와 부딪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짧은 영어일지라도 두려움보다 실제의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할 때 보다 의견이 잘 전달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또한 여러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집 문제였는데, 그것이 왜 그런가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집이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것이다. 집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세상의 번지 없는 하나의 점에서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구하기는 그만큼 어려운 것인데, 그것은 바로 그곳에 살던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만 내가 그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머무는 집은 다른 누군가 머물고 싶어 하던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 대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 두 아들을 데리고 간다. 최근에 늘어난 외국유학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던 내가 두 아들을 대동하는 것은 나에게 다가온 기회를 아이들에게도 누리게 하려는 이유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아들들이 날이 다가오자 점점 호기심을 가지고 설레는 것을 보고 내심 기쁘기도 했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는 그곳에 가서 클럽활동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구상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우리는 아직 한국에 있고, 며칠 후의 이국생활에 대해서는 상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이를 두고 송별회를 열자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떠남이 주는 뉘앙스는 무엇보다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반응을 두고 막상 돌아올 때의 성과에 부담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미 필자를 가두던 상황을 벗어나서 좀더 다른 각도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년이라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그러나 돌아온다는 전제 위에서 1년을 여행의 개념으로 보면 그것은 긴 시간이다. 필자는 어떤 성과보다는 좀더 내가 생각하는 관점 자체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려 한다. 그간 내가 살아왔던 사고방식에 대하여, 내가 추구해 왔던 문학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다. 그 낯선 문화와 부딪치면서 필자에게 새로이 전개될 시간들에 대해서 나는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계획보다는 나의 계획을 넘어선 어떤 세계로부터 다가오는 새로운 순간을 통해서 좀더 신선한 낯섦과 그 충격에 직면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의 다음번 글은 미국 버클리에서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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