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필 목원대 기획처장 |
입학사정관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데에는 사교육문제 해결의 의지를 크게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민생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사교육문제이고, 사교육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를 거꾸로 풀어서 대학 들어가는 방법을 바꿔서 사교육문제를 풀고 그렇게 해서 민생을 돌보겠다는 논리로 보여진다.
대통령의 논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다시 보다 자세히 나누어서 살펴보아야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교육문제와 민생문제간의 관계, 사교육과 좋은 대학진학과의 관계, 그리고 입학사정관제도와 좋은 대학 진학과의 관계가 그것이다.
우선 사교육 문제가 민생문제에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조사한 2008년 사교육비 실태자료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비를 30만 원대 이상 지출한 학생은 증가한 반면, 20만 원대 이하로 지출하는 학생은 감소했다. 한편으로는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학생은 2007년 23.0%에서 2008년 24.9%로 증가해 사교육현상이 양극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교육비의 양극화는 지역간 격차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서울지역과 읍면지역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는 약 2.4배 수준으로 2007년 2.3배에 비해 더 벌어졌다. 2008년 지역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은 29만6000원, 광역시는 22만8000원, 중소도시는 24만2000원, 읍면지역은 12만5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성적 순위가 높을수록 사교육비 및 참여율이 높고, 부모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및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현상이 확인됐다.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 계층은 100만 원 미만의 계층 보다 8.8배의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사교육비 문제 조차도 이제는 민생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 일부의 문제고, 아니 서민이라 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해결책은 그동안 비난받아오던 강부자식 정책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진정한 민생문제는, 특히 진짜 서민들의 민생문제는 고용불안이나 사회적 안전망, 경제안정 등이 있다. 직장이 있어 일하면서 생계비를 벌고, 아프거나 늙어도 생활에 염려가 없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사교육은 한참 나중의 문제다.
이러한 점은 나머지 두가지 전제 즉, 사교육과 좋은 대학진학과의 관계 그리고 좋은 대학 진학과 입학사정관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을 통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는 말을 인정하는 것은 좋은 대학의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많이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수 있다는 말은 `좋은 대학'의 의미가 단순히 서울에 있는 서울대를 포함한 몇 개의 사립대를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대학'이란 성적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충분히 기르도록 해주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지 단순히 `성적 좋은 학생들이 들어가는 대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서 좋은 대학에 가도록 해줄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은 사고가 예견되는 과속운전이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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