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때면 꼬리문 행렬... 생활 방식·쇼핑문화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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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개시 60년 그현장 그모습> 13.지역 백화점 변천사

  • 승인 2009-07-29 14:16
  • 신문게재 2009-07-30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근대적 백화점 1935년 원동에 등장=대전지역에 백화점이 등장한 것은 1935년으로 어림된다. 대전지역에 처음으로 `햐카뎅 미나카이(三中井)'라는 이름의 백화점이 현재의 대전 원동 우리은행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당시 고마야백화점이 현재 목척교 옆에 있었으며 도요쿠니는 동구 원동 대전우체국 자리에서 고마야백화점과 하나의 상권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나카이 백화점은 1·2층이 매장이었고 3층은 일본인 사장이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백화점은 규모 면에서 여타의 상회나 상점들보다 약간 큰 것으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로선 대단한 규모였다.

그러나 일본강점기 대전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몇몇 일본인 백화점들은 태평양전쟁 이후 상품공급이 중단되면서 학용품과 일부 생활필수품만을 갖춘 채 간신히 면모를 유지했고 해방 후에는 한국인들에게 인수됐다.

광복 후 우리 자본으로 대전지역에 최초로 백화점이 들어선 것은 현재의 중앙동 우리은행 자리에 들어선 왕생백화점이 설립되면서다. 한국인 임대백화점의 효시가 된 왕생백화점은 당시의 일본 백화점보다 작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0년 대전지역에 백화점 바람 본격화= 대전지역에 본격적으로 백화점 바람이 분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전지역에는 백화점과 대형상가 등이 등장, 유통업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부라다백화점이 1972년 원동의 대전천 근처에 개점하면서 대전유통업계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어 신도백화점과 대영상가, 중앙데파트, 홍명상가 등이 속속 개점해 대형소매점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밖에도 은행동에 유락백화점, 용두동에 무궁화백화점, 홍명상가와 인접한 원동 대전천변에 대전백화점이 개점해 바야흐로 대전지역은 백화점 열풍을 이뤘으나 일부는 제구실을 못하고 점차 사라져 갔다.

당시 부라다백화점이 개점할 때는 모여든 사람들로 4층까지 올라가는데 한참을 고생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1972년 3월 대영상가에 대전지역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했다. 이를 보며 신기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너도나도 타보려고 장사진을 쳤고 어린이들에겐 그만한 놀이기구가 없을 정도였다. 발을 올려놓을 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노인들을 직원들이 부축해주는 것이 업무의 다반사였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지역에서 가장 큰 명물로 꼽히기도 했다.

이때부터 TV, 세탁기, 그릇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을 끌기 위한 판촉법이 시작됐다. 물론 이때도 백화점은 제품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품구매 때 서민들은 재래시장을 선호했고 중산층 이상이 백화점을 자주 찾았다.

연말연시 명절, 크리스마스 때는 들뜬 분위기를 잡아가는 곳이 지금과 같이 백화점이었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을 한 번은 꼭 찾아야 했다.

당시 백화점은 직영률이 높지 않고 임대율이 높은 재래형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전에서 대형영화관이었던 선화동 시민관 자리에 1980년 동양백화점이 등장했다. 동양백화점은 직영률이 높아져 전문백화점 구실을 하게 됐고 가격표시제도 도입됐다. 대전에서 현대적 개념의 실질적인 백화점이었던 셈이다.

그 이전엔 정찰제인 백화점에서 에누리 흥정이 빈번히 이뤄졌다. 이렇게 등장한 동양백화점은 현대적인 시설은 물론, 운영과 구매시점관리시스템, 기업이미지 통일작업 등 현대화된 경영기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때까지가 백화점 업계에서도 지역의 기업인이 참여하던 시대였다. 포목상으로 시작한 고 오영근 회장은 1956년 국제시장을 만들고 1974년 9월 목척교가 없어진 뒤 대전천을 복개한 자리에 중앙데파트를 만들었다.그 후 1980년 동양백화점에 이어 1997년 9월 서구 둔산동에 동양백화점 타임월드점을 세웠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역의 백화점 업계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 틈새를 노려 전국 규모의 백화점이 대거 진출한다.

▲IMF 외환위기에 지역백화점 업계 휘청=호황을 누리던 대전지역의 백화점 업계는 1997년 불어닥친 IMF외환위기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크게 흔들렸다.

지역의 대표 백화점이었던 동양백화점은 1997년 신시가지로 개발이 예상됐던 둔산지역까지 진출했으나 외환위기로 당시 충청은행이 도산하자 경영난에 봉착, 명맥을 잇지 못하고 1999년 지금의 한화기업에 인수됐다. 대전백화점도 이보다 앞서 파산신청을 내면서 지역기업가의 백화점이 또 하나 무너지게 됐다.

백화점 세이는 1996년 문을 열었지만 얼마 안 있어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1998년 외국계 기업에 건물과 토지를 넘겨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말 소유권을 다시 찾아오면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외한위기의 역풍이 지나간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뚜렷한 위기는 아니어도 백화점은 무한경쟁 시장에 빠졌다. 이미 1999년 한화로 인수된 동양백화점 갤러리아점이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으로 개점한 데이어 2000년 3월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개장했다. 또 2001년 백화점 세이 투(TWO)가 들어서고 그동안 대전지역에 전자상품을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인터넷 쇼핑의 발달은 오프라인 백화점 시대의 새로운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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