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일주일 이상 길어지고, 햇살은 2~3일을 이어가는 날이 거의 없어 휴가날짜를 정하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임들의 휴가기간을 피해야 하는 회사 초년병이기에 그의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됐다.
신종플루와 경제불황으로 국외 대신 국내 골프투어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워낙 남해안 지역에 장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해외에 나가 골프를 했는데, 올해는 신종플루와 경기침체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며 “골프는 날씨가 무척 중요한데 하도 날씨가 오락가락해 그래도 기상청에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 다음 달 초순으로 휴가를 잡았다”고 말했다.
장마철이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이 휴가 날짜를 정하기 위한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신참들은 고참 휴가기간에 날씨, 애인·친구 등의 일정까지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고참들 역시 품격 높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선 날씨는 물론 타인의 스케줄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휴가기간을 잡는게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올해는 신종플루 유행과 경제불황이 맞물려 대부분 휴가를 국내로 선회한 상황에서 국내 날씨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눈치작전이 더 심해진 상황이다.
대한민국축제대상(KOFESTA)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계획자 중 84.8%가 국내여행을 추진 중이고, 해외여행은 9.7%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부분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회사에선 휴가기간을 잡지만 가장 인기있는 기간은 8월 초·중순이다.
기존 같으면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부터 휴가계획서가 쌓이지만, 장마가 일주일 이상 길어져 현재까지 진행형인 올해는 `7월 휴가=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아니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둔산동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으면 7월 중순부터 국내나 해외 모두 예약률이 가득 찼는데, 올해는 해외여행의 경우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earwg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