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그런데 추어(鰍魚)에 추(鰍)자를 보면 고기 어(魚) 옆에 가을 추(秋)자가 붙어서 이루어진 형성자라서 아무래도 가을에 제 맛이 난다는 뜻이 내포된 것 같았다. 가을 보양식일 것 같다고 말하면, 친구의 성의에 누가 될까봐 입을 다물고는,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었다.
가을 논이나 도랑에서 잡히던 미꾸라지는 끈적한 점액질이 강장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여 대표적인 가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예부터 농민들에게는 훌륭한 동물성 단백질 식품이었다.(중략)
특히 미꾸라지는 월동 준비를 위해 영양을 비축하는 여름부터 가을이 제철인데, 요즘에는 양식 미꾸라지가 많아 제철이 따로 없다. 보통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면 추탕이라 하고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이면 추어탕이라 부른다.(후략) 두산백과사전
이렇게 사람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좋은 식품이 되는 미꾸라지인데, 막상 속담 등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회자되는 미꾸라지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아낌없이 주고 가는 미꾸라지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 알다시피 미꾸라지에 대해서 가장 자주 쓰이는 부정적인 말은 자기에게 이롭지 않으면 요리조리 살살 잘 피하거나 빠져나가는 사람을 비유하는 “미꾸라지 같다” 거나, 한 사람의 못된 짓이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침을 비유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 등일 것이다.
며칠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조례로까지 제정하여 시행하려다가 백지화한 촌지 · 뇌물 수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건과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극히 일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촌지 또는 뇌물의 수수가 자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그러니 아무 죄 없는 미꾸라지에겐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그야말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 격이다.
또한 우리 학생들의 생활지도면에서도, 위 속담에서 언급된 미꾸라지 같은 사례들을 직면하는 경우가 자꾸 생겨나고 있으니, 솔직히 우리 교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그런 사례나 보도 등을 접할 때마다, 중국의 전국시대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진(秦)나라 효공(孝公)을 섬겨, 국가 체제를 재조직하고 통일국가 진 나라를 세우는 데 공헌했던, 상앙의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정책을 생각한다.
비록 효공이 죽은 뒤에 처형을 당하기는 했지만, 법을 어긴 태자도 처벌하려 했던 상앙의 엄격한 법 집행 정신과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한 그의 주장은 작금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문득 고향의 들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본다. 이제 장마가 걷히면, 무논에 벼들은 훌쩍 자라고, 도랑에서 서식하는 미꾸라지들은 토실토실 살이 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미꾸라지가 웅덩이를 흐리게 하는 것은 그저 살기 위한 몸짓일 뿐 고의적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흐리게 하는 저 미꾸라지 같은 인간들에게는, 상앙이 제창한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책임을 묻는 것이, 진정한 민주 시민의 정신을 실현하는 바른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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