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재즈카페나 라이브 카페 등 다양한 종류의 카페들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힘겹게 영업을 유지해오다가 대전의 원도심이 경제적으로 고사위기에 처하자 대부분 술집 겸 밥집으로 업종이 바뀌면서 제집처럼 드나들며 많은 추억을 쌓아가던 단골들도 새로운 둥지를 찾아 움직여야만 했다.
이렇게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를 원도심에서 보낸 이들에게 근래에 들어 북 카페를 비롯해 새로운 개념으로 출발한 카페들의 출현은 퍽이나 반가운 일이다. 다수의 화랑이 밀집해 있는 원도심을 걷다보면 쉽사리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카페들을 만나게 된다.
이제 원도심도 카페의 부흥기를 맞이한 것이 아닌가 싶어 괜히 기분도 좋아진다. 도심에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넓은 정원 풍경이 한가로운 카페부터 다종 다기한 인테리어 소품에 갖가지 의자들이 다채로운 북 카페에, 커피냄새가 2층 3층 전시장까지 향기롭게 퍼지는 커피숍 겸 갤러리까지 많지는 않지만 나름의 컨셉트로 고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카페들의 등장은 마땅히 친구들을 만날 공간이 없었던 30~40대에게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특히 북 카페를 표방하며 전시와 음악회를 주관했던 어느 카페는 다양한 세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그 카페가 얼마 전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던 지역 잡지사에게 운영권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지만 그 카페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계기를 준 셈이다.
가끔 열리는 음악회와 젊은 작가들의 튀는 상상력과 감각이 새로운 느낌을 주곤 하던 전시가 계속해서 열릴 것이라는 지속성에 대한 믿음보다 그 이상을 뛰어넘거나 다른 방식의 여러 흥미 있는 문화적 행사도 열리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사실상 더 크다. 잡지사가 흑자 경영과 문화 창출이라는 이중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으나 이왕이면 원도심을 대표하는 카페로서 문화예술의 향을 물씬 뿜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세기의 철학과 예술이 꽃폈던 문화의 산실은 사실상 카페였다. 누구나 카페하면 고흐의 그림을 먼저 떠올리고, 노천카페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담론을 벌이며 작품을 위한 사색에 빠졌을 분위기를 연상하게 된다. 실제로 `레 되 마고'는 전 세계인에게 에밀 졸라, 오스카 와일드 등 세계적인 문인들의 단골 카페로 유명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문필가들이 모여들었던 카페들이 `철학카페'로 새롭게 부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운동처럼 퍼지고 있다고 한다. 단골손님 한명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가 넘쳐나는 카페 문화의 저력은 이처럼 프랑스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만드는 근원이다.
우리에게도 예술인들과 지식인들이 사랑하던 공간으로서 다방과 각종 카페들이 즐비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예술인들에게는 창조적 영감을 주기도 했을 카페들이 우리의 근대사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문화적 명소로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에서도 분명 일상의 문화와 예술은 존재한다. 모든 카페들이 각자 자신만의 문화적 향을 갖고 이를 꽃피우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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