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섭 원자력연 양성자기반공학기술 책임연구원 |
양성자는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로 전자와 반대로 양(+)전하를 띠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가운데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의 원자핵은 중성자 없이 양성자로만 되어 있어서 쉽게 양성자를 얻을 수 있다 양성자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같은 부호는 서로 밀치고 다른 부호는 서로 당기는 전기의 힘을 이용하는데 이렇게 양성자를 가속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대로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 있다
이런 원리로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가속하는 시설인 양성자 가속기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1930년대에 처음 개발했다 당시 여기에서 얻은 출력은 꼬마전구도 밝힐 수 없는 수 밀리와트 정도에 불과했지만 백 년도 지나지 않아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지금은 대형공장을 돌릴 수 있는 수천 킬로와트의 출력을 얻을 수 있고 양성자를 대량생산해서 실생활에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1940년대에 값비싼 진공관식 컴퓨터가 처음 나왔지만 이를 대신해서 값싼 반도체 컴퓨터가 대량생산돼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양성자를 이용한 기술도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 널리 이용되리라 생각한다
지난 2006년 가동을 시작한 미국의 양성자 가속기 SNS는 1400 출력의 시설로 1000분의 1 의 작은 단백질 결정을 분석해서 의약품제조에 필요한 3차원 단백질 구조를 얻어내고 있다 중국도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방 경제발전을 위한 기초기반 시설로서 새로운 양성자 가속기의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JPARC나 미국 SNS의 10분의 1의 규모이지만 우리나라도 많은 양의 양성자를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양성자 가속기를 2012년까지 건설한 뒤 이를 바탕으로 초기 규모의 열배 이상 확장된 가속기 건설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산업체도 이 시설의 이용자가 될 것이고 이로써 얻어지는 결과는 우리 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다
세계가 경쟁하는 치열한 과학기술 경쟁시대에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거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일은 무엇보다 최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지만 기술과 지식의 프런티어를 넓히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우수한 두뇌만 가진 나라가 두뇌와 훌륭한 시설 모두를 가진 나라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성자 가속기 시설은 기술개발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꿈을 실현시키고 기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고 우리 모두에게는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양성자가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해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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