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잘 다져진 길이 아닌 그야 말로 평범한 ‘산길’에서 등산화를 처음으로 벗었고 적응되지 않은 탓인지 30분도 채 걷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밟는 느낌’이 좋다고 했던가... 나의 첫 맨발산행은 발밑의 작은 나뭇가지도 따갑고 아파 좋다는 느낌보다는 고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굳은살이 많아 괜찮을 줄 알았던 발바닥은 의외로 연했고 조그만 것에도 찌르듯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조금 걷다 얼른 신을 신고 말았다. 신을 벗고 산행에 나서도 바닥이 고른 곳에서만 하게 되고 돌이 조금이라도 많은 곳을 지나게 되면 얼른 등산화를 챙겼다. 그러면서 맨발산행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점차 거리와 시간을 늘려갔다.
처음엔 수시로 찾아드는 고통에 30분을 넘기지 못하던 맨발산행이 이제는 3시간, 아니 하루 종일도 가능해졌다. 아무리 거친 산등성이라도 이제는 그리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맨발산행 초기에는 대전 주변에 있는 산을 주로 갔는데 점차 좀 더 먼 곳의 큰 산들을 다니게 되면서 자신감도 더 붙게 됐다. 산길이 조금 거칠다 하더라도 산행하는 데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되고 나니 이젠 신을 신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리고 맨발산행 후 발바닥의 느낌이란 모 개그프로에 나오는 유행어처럼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쾌 그 자체다.
이렇게 맨발 산행을 하면서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왔다. 아니 변화라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가장 먼저 온 것은 흙과 나의 몸이 굉장히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신발을 신음으로서 발을 보호하고, 힘든 일도 할 수 있고, 멀리 걸어도 덜 피곤하고 하는 이점들이 있지만 자연과 가깝게 하는 데에는 오히려 장애물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신발하나 벗은 것으로 그렇게 흙이나 돌, 바위, 나뭇가지. 풀, 습기와 메마름 등을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산에서의 맨발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발끝을 부딪치거나 뾰족한 돌을 밟게 되면 굉장히 아프기 때문에 정말 조심하게 된다. 거기에 우리가 보통 걸을 때 발 높이를 그렇게 높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전엔 몰랐었다. 그런데 산행 중에 발끝이 자꾸만 돌부리를 걷어차는 것을 보면서 낮게 걸음을 걷는 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초기에는 눈물이 날 만큼 아프게 돌부리를 걷어차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던 것도 자꾸 걷다 보니 이젠 알아서 돌이 피해 가는지 발끝에 눈이 생겨서 보게 되는 것인지 거의 부딪치지 않는다.
맨발산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산을 오를 때 보다 천천히 걷게 되면서 나무나 풀들이 가까이 다가오고, 맨발로 느끼는 작은 벌레나 돌, 계곡물이나 이끼까지 새롭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다가오는 존재들에게서 상대적으로 오만했던 자신을 비춰 보며 겸손을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산행에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방어기제인 등산화를 벗어 던지고 산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자고 제안해 본다. 건강에도 아주 좋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