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로 뒤덮인 강물 죽어가는 녹색생태

녹조로 뒤덮인 강물 죽어가는 녹색생태

<비단길 천리에서 상생을 찾다>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24 13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악화돼가는 수질 머지 않아 5급수 전락

강물은 흘러야 한다 이 당연해 보이는 명제가 천리길을 굽이쳐 하구에 다다른 금강의 물줄기 앞에서는 통용되지 못한다 서해로 흐르던 금강의 물줄기가 하구둑으로 완전히 가로막힌 탓이다 많은 이들이 금강 하구의 급격한 수질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당초 이 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자유로이 넘나들던 곳이었다 최소한 인위적인 경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1990년 하구둑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흐르지 못하게 된 이곳은 이제 강이 아닌 호수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 금강호의 현실은 고인물은 썩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 55ppm을 기록했던 금강하구둑 주변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지난 2002년 78ppm 수준으로 악화됐으며 지난해에는 88ppm을 나타냈다

지난 4월 금강현장조사를 실시한 생명의 강 연구단은 4대강 현장조사 결과 최종보고서에서 금강 본류의 수질은 최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이 3등급 이하의 수질을 보이고 있으며 금강에 비해 먼저 하구둑이 건설된 영산강과 낙동강의 사례에 비춰볼 때 금강 하류 역시 하구둑으로 인해 수질 악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금강 하구의 수질이 그래도 현재까지는 34급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1015년 이내면 5급수 이하로 전락해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안팎에 쌓여가는 토사 수질악화 항구 기능 상실

흘러야 할 물이 흐르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수질 악화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토사퇴적 문제다 천리를 내 달려온 금강의 물길은 본래 하구에 이르러 강의 우안인 서천 방향으로 치고 흐르다 군산만으로 빠져 나갔다 그러나 하구둑이 생기면서 금강 하구의 물길은 방향을 틀었다 배수 갑문이 군산 쪽으로 나게 되면서 본디 물길을 잃게 된 것이다 강의 하류에 이르러서는 조수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토사가 쓸려나가면서 인근 해안에 갯벌을 발달시키는 것이 본연의 이치다 하구둑에 가로막히기 전 부여 규암포에까지 바닷물이 넘나들었다는 금강 역시 과거에는 금빛 모래가 바닷물에 쓸려 고군산열도에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이런 자연스런 현상이 거대한 둑에 막혀 차단된 이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바닷물에 휩쓸려 내려가던 토사는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고 하구둑 안 쪽에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쌓이고 쌓인 토사와 유기물은 강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서천군은 농어촌공사의 분석을 토대로 하구둑 안쪽에 연간 80만t의 토사가 퇴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표 상에 나타난 표층수의 수질 이상으로 퇴적물에 의한 수질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종렬 서천군 재난안전관리과장은 평소 금강하구둑 내측의 서천 쪽은 수심이 1m도 채 안되고 육안으로도 물 색깔이 확연히 다르게 보일 정도라며 방류 시에는 배수 갑문 바로 앞까지 토사가 드러날 만큼 퇴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토사퇴적으로 인한 문제는 하구둑 안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당초 하구둑이 생기면 조류가 차단돼 군산과 장항항 일대의 토사퇴적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군산해양항만청에 따르면 하구둑 수문을 닫기 전 2년 동안 군산내항에서 장항항까지는 연간 155㎝의 세굴(강물에 의하여 강바닥이나 강둑이 패는 일)이 발생됐지만 수문을 닫은 후 2년여 동안에 연간 456㎝의 토사가 퇴적됐다 이후 현재까지도 군산내항에서 장항항까지는 연간 13㎝가량의 토사가 쌓이고 있으며 하구둑에서 군산내항까지의 토사퇴적양도 연간 84㎝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항구의 기능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한때 국제무역항으로 기능했던 장항항의 경우 1만t급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현재는 5000t급 선박만이 드나들 수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군산과 장항항의 유지준설에 매년 60억원 이상이 쏟아붓고 있으며 지난 2007년부터는 군산해양항만청이 5년간 9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군산ㆍ장항항의 항로 및 박지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 군산해양항만청은 이 공사를 통해 현재보다 수심을 1m가량 확보해야 군장항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태계 파괴 어장 황폐화 사라져가는 어종들

하구둑으로 인한 토사퇴적과 기수역의 단절은 연안 어장의 황폐화와 생태계의 변화라는 결과도 초래했다 과거 밀물 때 부여까지 치고 올라가던 바닷물은 상류로 올라가면서 염분농도가 낮아지는 감조구간을 형성했다 이렇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형성되는 기수역은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하구역의 갯벌에는 일반 갯벌에 비해 2배 이상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천혜의 어장을 형성한다

한때 금강하구 역시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그 맛이 최고라 하여 이름 붙었다는 종어(宗魚)를 비롯해 황어와 웅어 숭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하구둑으로 기수역이 상실되면서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파괴되고 이는 곧 연안어장의 황폐화로 이어져 이 일대 수산업의 붕괴를 가져왔다 종어는 이미 1980년대 금강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구둑이 생기기 전까지만해도 산란을 위해 이 곳으로 몰려들던 실뱀장어와 참게 등 회귀성 어종도 이제는 그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서천군에 따르면 이 곳 연안의 대표적인 어종이던 꽃새우의 연간 위판실적은 하구둑 건설 이후 100억원에서 18억원 규모로 80% 이상 감소했으며 전국 수산물의 증가추이가 연간 137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1992년에서 2002년까지 금강하구의 수산물은 4% 이상 감소했다

또 금강하류에서 지천에까지 넘쳐났던 황어와 웅어 등도 이제는 희귀어종이 되고 말았다

금강하구둑에는 회유성 어류의 통행을 위해 어도(魚道)가 설치돼 있지만 기수역이 파괴된 상황에서 이 곳을 드나드는 어류 또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김재승 하천사랑운동 대표는 하구는 강의 현재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며 살아 있는 강은 위에서 아래로 뿐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도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둑에 가로 막혀 흐르지 못하는 금강 하구의 모습은 오늘 금강의 현재를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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