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세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첫째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성매매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 성매매 집결지가 대형 간판을 내걸고 도심 한복판에서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 현실은 법치주의에 대한 조롱에 다름 아니라는 이유였다
사실 전국 대도시에 잔존해 있는 집결지 중에서도 유천동처럼 대로변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어린 자녀 앞에서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대전시민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원망이 많았다
둘째 반인권의 문제였다 성매매 업주들이 이른 바 선불금를 매개로 여종업원들에 대한 폭력과 학대 그리고 착취를 일삼는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성매매를 필요악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조차 참혹한 수준의 인권유린에는 예외 없이 분노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셋째 부패의 온상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유천동 집결지가 존재하는 한 시민들은 경찰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갖게 된다 업주들이 경찰에게 필사적으로 로비를 시도할 것이고 경찰은 로비를 받아 그들의 불법을 눈감아 주는 부패사슬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유천동 집결지가 완전히 해체되기까지 단 한 건의 유착의혹도 제기되지 않았지만 의심받는 것조차 부끄러워해야 할 경찰로서는 단호한 법집행을 통해 깨끗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야심 찬 계획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물론 경찰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경찰이 내세우는 집결지 해체의 명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30년간 지속되어온 집결지의 업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며 전국 어디에서도 경찰의 노력만으로 집결지가 해체된 사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결국 불필요한 잡음만 남긴 채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며 유천동은 건재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고독한 싸움을 끈질기게 벌여 나갔고 마침내 승리하였다 집결지 해체 선언을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유천동의 홍등은 완전히 꺼졌고 업소 간판은 내려졌고 일대가 암흑가로 돌변하였다 경이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반짝 단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같이 불가역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에는 물론 경찰 단독의 노력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언론의 성원이 있었고 지역의 여러 자생단체와 여성단체 그리고 구청 소방서 교육청 세무서 등 유관기관의 협력에 힘입은 바 적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일각에서는 성매매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는 풍선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또 성매매에 관한 한 단속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유천동 집결지가 사라지면서 인근 상권도 크게 위축되었으니 종합적인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들이 경찰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한 어설픈 풍선효과 운운은 자칫 성매매 단속 무용론의 논거가 되기 쉽다 조속히 유천동이 활력을 되찾아야 하지만 도시 재개발이라는 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후닥닥 해결될 수 있는 일인가?
이른 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것이 2004년 9월이다 그럼에도 더 나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부끄럽던 문제를 경찰과 지역사회가 풀뿌리 운동방식의 노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에 대한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작 다른 곳에서는 벤치마킹한다고 열심히 배우러 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화자찬의 민망함이 있긴 하지만 대전시민들이여! 모처럼 경찰에 대한 칭찬 좀 후하게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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