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지와 중국의 화선지는 우리의 한지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본 화지의 경우 빠르게 발전하는 주변 기술을 접목하고 기능을 개선해 세계 한지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규모도 연간 1조원대 이다. 이는 우리나라 한지시장 규모인 연 320억원의 30배가 넘는 규모이다. 또한, 중국의 화선지는 저가품의 대량생산으로 우리 한지의 입지를 좁혀오고 있다.
한지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며 반드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 한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통한지에 다양한 기능을 부가한 기능성 한지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한지의 시장규모를 확장하고 그에 맞는 생산과 공급을 통해 한지의 산업기반을 확충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국내 한지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인피섬유는 목재펄프보다 값이 비싸기 때문에 닥섬유를 원료로 삼은 한지의 가격을 저렴하게 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가의 목재펄프를 배합해 값이 저렴한 개량형 한지를 보급하는 한지의 대중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는 목재펄프와 닥섬유를 배합하는 대신에 닥섬유와 외형이 비슷한 레이온 등의 합성섬유를 사용해 더욱 가격이 저렴한 한지 모방제품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닥나무 인피섬유를 원료로 한 저가의 대중적인 한지 상품을 개발하고 보급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이다.
그러므로 한지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한지의 기존 장점을 살리며 다른 신기능을 부여하여 새로운 용도를 찾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즉, 저렴한 목재섬유를 배합해 닥섬유로 구성된 한지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새로운 천연 섬유소재를 탐색하고 배합하여 참살이에 알맞은 한지의 청정성, 환경친화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한지 제품의 가공 측면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신기능을 부여하고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원칙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지 장판지의 경우 고가의 장판지에 저급의 합성도료를 도포한다면 장판으로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청정하고 친환경적이라는 한지 장판의 장점이 반감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도료 등 한지의 후가공에 사용되는 재료의 선정에도 한지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가격경쟁력 있는 새로운 천연 소재를 탐색하고 배합하여 참살이에 알맞은 한지의 청정성, 환경친화성을 더욱 강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한지는 그 수요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부가한 새로운 형태의 한지가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산업인 한지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지에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개발해 낼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용도가 다양하고 친환경적인 고기능성 한지가 새로이 개발되어 세계시장에서 수요를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고유하고 우수한 전통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신성장산업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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