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차준] 개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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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차준] 개명에 대한 단상

<중도마당> 손차준 대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21 20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중도일보 6월 29일자 “개명광풍 전국강타”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요지는 “대법원이 발표한 전국적인 개명현황을 보면 2004년 5만 430건이던 것이 지난해엔 14만 6840건으로 개명 신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2005년 대법원 판례에서 개명허가를 폭넓게 허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 신청비용도 저렴하고 불법적인 의도만 없으면 쉽게 허가해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개명 광풍에 작명감정소와 인터넷 작명사이트는 호황이다.” 라는 것이다.

위 기사를 읽으면서 느낀 소감을 위 판례 이전에 실제 개명사건을 다뤄본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밝혀본다.

첫째, 개명은 어감이나 의미상 문제가 있는 것들은 예전에도 쉽게 해주었다.

예컨대, “조방구”라든가 “노숙자” 등 발음이나 의미가 천박하거나 비하염려가 있는 것들은 쉽사리 개명을 허용하였다. 한번은 한 고등학생과 부모가 성이 유씨인데 이름을 “방”으로 고쳐달라고 청구하였다. 전임자 시절 몇 차례 개명신청이 불허 된 터에 또다시 신청하였기에 본인들을 불러 심문을 해보았다. 부모들은 교사로서 자기 주견이 뚜렷하였으며, 학생 본인도 초한지의 주인공 유방을 잘 알고 있는 반면, 학교에서 여성의 신체를 빗대어 놀림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잘 숙지하고 있었다.

하여, 그 학생의 개명을 허가해 주었다. 유방이란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이기에 불허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개명허가가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을 기화로 자신을 튀게 보이려고 오히려 이상한 발음의 이름(예, 조까치)으로 개명신청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둘째, 문제는 개명신청에 있어서 사주 팔자나 운세를 들먹이는 경우이다.

이런 이유로 개명허가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요즘 최초의 개명신청의 경우는 개명사유를 자세히 기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예전에는 개명사유를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였기에 그 사유 가운데 사주팔자나 운세를 들먹이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유로 개명을 허용하게 되면 국가에서 그런 논리를 공인하는 양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인터넷 시대가 되자 사주팔자, 작명분야가 전에 비하여 엄청 확산되는 경향이다. 그 이전에는 이런 분야에의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인터넷 접속으로 손쉽게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 할 수 있기에 이러한 분위기가 개명열풍에 일조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모든 사물에 적합하고 아름다운 이름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름을 찾고 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모든 것을 좌우하고 운명을 바꾸고 팔자를 바꾼다는 인식은 분명 다른 차원이다.

셋째, 1회적 개명을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개인의 인격권을 더욱 고양시키는데 기여하겠지만, 2번,3번 또는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전에 갓 20세가 된 학생이 부모나 주변의 충분한 상의없이 개명을 하여 허가 받은 뒤 며칠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개명신청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성형중독처럼 개명중독도 생길지 모른다.

결국 이름이란 개인의 인격권을 표상하는 징표이니 애초 지을 때 잘 지어야 할 것이고, 성인이 되어 개명을 원할 경우 심사숙고하여 하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고 이름만으로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차준 대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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