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침입에 무방비, 관리 허술 ‘우려’
지난 17일 오후 동춘당(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9호)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현판 아래로 ‘문화관광해설사’ 명패와 열려 있는 방문 안으로 ‘출입금지’ 안내판만 보일 뿐, 어느 누구도 없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동춘당 옛 모습 찾기 사업’에 따른 공사로 외부경계에 안전을 위한 담장이 쳐진 데다 날씨까지 궂어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었지만 보는 사람도 없고 통제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공사 중이고 점심시간 직후라지만 국가지정 보물이라고 하기엔 관리가 너무 허술해보였다.
대전지역 유일의 보물 건축물인 동춘당이 외부 출입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해설과 안내를 하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국가 보물인 동춘당 건물 안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확인돼 문화재 훼손 우려와 함께 보물 관리에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당 한구석에는 관광협회에서 마련해준 플라스틱 간이의자가 있었지만 비와 먼지에 젖은 채 방치돼 있었으며, 동춘당 방문 앞에 ‘문화관광해설사’라는 명패가 놓여져 있어 이들이 대기하는 장소임을 짐작케 했다.
현장에서 만난 문화관광해설사 A씨는 “봄이나 가을은 괜찮지만 한겨울이나 한여름, 혹은 비가 오는 날이면 마땅히 있을 곳이 없다”며 건물 내 대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다른 유적에 비해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해설사들이 이곳(동춘당)에서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해설사 B씨는 “목조건물은 오히려 사람이 살아야 훼손되지 않는다”며 “건물 안에 있으면 매일 청소도 하기 때문에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어찌됐건 국가보물 안에 해설사들이 상주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숭례문 사건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관광협회 관계자는 “해설사 대기소 설치를 꾸준하게 건의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에서 관리사무소가 마련되면 그 곳에 대기소를 마련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며 “다음 달 안으로 마련되면 해설사들이 건물 안에서 대기하는 일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가 시 관광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는 동춘당에 모두 6명이 배치돼 있으며, 매일 오전10시부터 6시까지 두 명씩 근무하고 있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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