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문화제는 시민들의 화합은 물론,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향토적 특성과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다채롭게 펼쳐지던 대전 시민들의 대표축제였다. 전통적으로나, 역사적, 문화적 차원에서 반드시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축제다. 지역의 이미지를 높여 산술적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경쟁력을 창출하고, 육성해야하는 문화 산업의 축이기도하다.
특히 지방화시대에 고유문화의 정체성 홍보가치는 대전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방자치시대의 경쟁력은 삶의 질, 곧 시민들의 문화수준에 달렸다. 이제 먹고 입고 사는 의식주문제에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다. 전국 곳곳 자치단체들마다 문화제나, 축제가 범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전국에서 공식, 비공식으로 치러지는 “문화제”나 “축제”행사는 무려 1천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대전만 역행하고 있다. 83년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한밭문화제를 없앴다. 이유는 내용의 개선이다. 의도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개선하려면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서 모순을 찾는 게 순리다. 문화는 세월과 함께 무상하게 변화하는 공존관계다. 개선이유나 구실 때문에 시민문화제가 단절되거나 중단돼서는 안 된다. 인간이 생존하는 한 역사가 단절될 수 없듯, 대전시민이 존재하는 한 한밭문화 역시 단절될 수 없다.
한밭문화제는 지난83년부터 시작돼 한해도 거름 없이 24회 동안이나 대전 시민문화의 현실을 형성해왔다. 끊임없이 변천돼온 삶의 여정이 그렇듯, 시민들의 감성마다 희로애락으로 뭉쳐진 진실표현이 바로 한밭문화제가 아니던가. 6.25전란 후 가장 비참했던 역사도 한밭의 문화고, 오늘날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한 것도 한밭의 문화다.
한밭문화제를 살려내야 하는 이유다. 잡다한 시시비비도 이젠 멈춰야 한다. 걸맞지 않은 물 축제는 그냥 물로 흘러갔을 뿐이다. 전통과 역사성을 외면한 채 예산만 날린 물 축제는 다수 시민정서를 외면한 잠시의 이벤트였다. 대청호가 있는 대덕구청의 문화행사 주제였다면 적당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한밭문화제 속에 부분적으로 연출한 3대 하천 천변축제였다면 시행착오는 작았을 것이다.
호들갑 떨던 물 축제가 한밭문화제의 대명사일 수 없다. 이미 시민정서로 공론화된 사실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 또는 문화예술인들도 책임이 있다. 관계당국도 관료적이기 전에 전통문화가치의 소중함을 재인식해야 한다. 대전에 존재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시민들도, 문화행정 당국자들도 같은 시공 속에 공존하는 책임감으로 올 가을부터 한밭문화제를 시민 품으로 다시 환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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