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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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여름방학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20 20면
여름더위에 세 번 엎어진다는 삼복더위가 다가오면서 우리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옛 조상들이 더위를 극복하는 복날의 풍속 중, 탁족(濯足)이라는 것이 있었다.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강이나 계곡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여 목욕하지 못하게 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으로 더위를 식혔다. 시원함을 즐기는 것조차도 온몸으로 누리지 않고 일부 신체에 한하여 절제하면서 삼복더위를 식혔던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조상들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풍속이다.

올 여름방학은 우리 학생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가운데 조상들이 애이불비(哀而不悲)하던 절제의 미덕을 익히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무엇보다 가족 여행을 하면서 절제의 미덕을 배웠으면 한다. 여행은 성장기 학생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최고의 체험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자기 생활이 바빠서 가족애를 느낄 겨를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잠시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가족 구성원에 대해 더 많이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족 여행은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들, 색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사고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여행은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많은 인내와 배려를 필요로 하게 되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풍부한 체험학습의 장도 제공을 한다.

둘째, 봉사활동을 하면서 절제의 미덕을 배웠으면 한다.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공부해서 남 주느냐’는 보편적인 말로 공부는 자신을 위한 것이니 열심히 공부하라면서 그들을 다그친다. 올 여름은 우리 학생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자’는 인생관을 가르쳤으면 한다. 대학입학전형이나 입사전형에서 개인의 봉사활동 기록이 점차 중요시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봉사활동 포트폴리오가 대입뿐만 아니라 취업, 승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학생의 자아실현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그런 여름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통한 절제의 미덕을 배웠으면 한다. 독서의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단순히 여가 시간을 보내거나 즐거움만을 얻기 위해 무계획적으로 하는 독서보다는 올 여름방학은 계획적인 독서를 하였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리더나 위인들의 전기나 자서전을 많이 읽는 것으로 독서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릇 선인이나 위대한 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명심보감에 ‘불경일사 부장일지(不經一事 不長一智)’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도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며,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문장이다. 책을 통해 정보, 지식, 사회, 문화 등을 접할 수 있고 인간의 다양한 삶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즐겨 읽었던 위인들은 혜안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99도의 온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고 한다. 1도를 올려서 100도의 온도가 되어야만 물이 끓듯이 1%의 아주 작은 차이가 때로는 큰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여름방학 40여일 남짓한 기간은 그들의 긴 인생에 비하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보람 있게 활용하면 인생의 큰 변화를 주거나 획을 그어주는 결정적인 1%가 될 수도 있다. 무더위를 이겨내며 여름방학을 보낸 우리 학생들의 1%의 절제가 미래사회를 이끌 위대한 인물을 결정짓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으며,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올 가을을 맞이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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