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시기에 국제 경제기구들이 내놓는 세계경제 전망치는 오락가락하여 경제위기 해법마련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기관마다 전망이 정반대로 나오는가 하면, 같은 기관이 내놓는 전망도 몇 개월 단위로 큰 폭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세계경제전망(WEO) 분기별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5%로 또다시 수정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에 내놓았던 전망치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에 발표한 전망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0.5%포인트가 낮은 수준이고, 그 방향도 4월에는 내리고, 이번에는 올려 오락가락하고 있다. 6월에 IMF는 내년 경제전망을 1.9%에서 2.5%로 공식 상향 조정했지만 같은 달 세계은행은 기존 3월 전망치 -1.75%에서 -3.0%로 전격적으로 떨어뜨렸다. IMF와 세계은행이 내년도 세계 경제를 정반대로 본 것이다. 두 기관과 별도로 OECD는 내년도 성장률을 0.7%로 보고 있고, 유엔은 1.2%로 전망한 상태다. 한 마디로 제각각이다. 올해 성장률을 놓고도 IMF는 -1.4%로 전망한 반면, OECD는 -4.1%로 분석해 두 기관 간 전망치 격차가 무려 2.7%포인트에 달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여러 기관이 서로 다르게 경제성장을 측정하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부국과 빈국을 동시에 강타한 경기둔화의 진행사항을 예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IMF의 경제전망치 수정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지난 4월 발표 당시 세계 각국의 반응에 비추어볼 때 이번 수정전망도 신뢰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일본도 IMF 성장 전망이 발표된 뒤 당혹해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다본 `-3%대` 성장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더 낮은 -6.2%로 올해 성장률이 전망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이 절정에 달했던 1998년(-2.9%)과 1999년(-1.3%)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6%대까지는 추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전망은 비록 시차는 나지만 비교적 일치한다는 평가다. 즉 국제기구가 한발 앞서 국내경제 회복론을 개진하고, 국내 연구기관이나 정부는 한두 달 차이로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IMF 등 국제기구가 지속적으로 한국 경제의 `바닥탈출`을 공언해온 가운데 지난 7일에는 IMF 연례협의단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실사 이후 기자회견를 갖고 “한국 경제는 바닥을 쳤다고 본다”고 기존 입장을 확고히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7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수출 위축이 빠르게 완화되면서 하강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은 거의 동시에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놨다. 하반기 우리 경제가 미약하나마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데는 두 전망이 일치하지만 구체적 예상치는 달랐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전기 대비 0.2% 성장하고 연간으로는 -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올 3.4분기 -3.0%, 4.4분기에 2.9% 성장하며 하반기 0%의 성장률, 즉 답보상태를 내다봐 한은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더블딥(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일련의 전망들을 종합해 보면 세계경제는 예측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그나마 한국경제는 나름대로 침체의 터널 밖 기대의 불빛이 보이는 것으로 위안할 수 있겠다. 종전보다는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만큼 현재의 미약한 상승탄력을 좀 더 강화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과 내수확충 등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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