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삼매리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전직 사냥꾼 천일만. 손녀가 머리만 남은 시체로 발견되자 거대한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직감한다. 마을 사람들은 주말농장 사업에 방해가 될까봐 멧돼지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지만 멧돼지는 무참하게 마을회관의 사람들을 덮친다.
신 감독의 장기는 하나의 시퀀스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황과 감정을 관객에게 툭 던져놓고 낄낄거리게 하는 것. ‘시실리…’에서도 그랬고 ‘차우’에선 정도가 더 심하다.
외관상으론 괴수 멧돼지와 멧돼지를 쫓는 추격대 5인방의 한판 대결 구도다. 영화 제목 앞에는 ‘리얼 괴수 어드벤처’라는 홍보문구도 붙었다. 하지만 방점을 찍는 건 괴수 멧돼지도 추격대도 아니다. 인간 군상을 빗댄 캐릭터에 방점이 찍힌다. 방점이 찍히는 건 어드벤처가 아니다. 코미디다. 그것도 낄낄거리는 웃음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어설프고 약간씩 모자라다. 멧돼지가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파먹는 첫 사건의 현장에서 시골 경찰들의 어수룩한 액션부터가 심상치 않다. 경찰들은 가파른 언덕에서 나뒹굴고, 형사는 남의 담뱃값이나 일회용 라이터를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곤 시치미를 뗀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실실 웃음이 샌다.
캐릭터들을 통해 이기적이고, 때론 나약하기도 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 솜씨는 발군이다.
컬트와 코미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초반의 재미는 중반 이후 급격하게 무너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핵심인 ‘식인 멧돼지’가 본격 등장하면서부터다. 컴퓨터그래픽이 부실하다는 건 진작 알려진 얘기고, 더 큰 문제는 긴장감과 공포를 자아내는 짜임새가 수준 이하다.
포스터에 그려진 괴수 멧돼지의 오싹함을 기대하고 영화를 봤다가는 황당하겠지만, ‘괴수물’이란 말만 빼고 보면 훌륭하다. 영화의 경쾌한 유머는 ‘공포’를 넘어서는 의외의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한국 최초 리얼 괴수 어드벤처’는 관객들에게 ‘실패작이다’, 아니다 ‘컬트다’ 등등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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