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 그냥 코미디로 봐

  • 문화
  • 영화/비디오

괴수물? 그냥 코미디로 봐

■차우 감독: 신정원. 출연: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17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삼매리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전직 사냥꾼 천일만. 손녀가 머리만 남은 시체로 발견되자 거대한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직감한다. 마을 사람들은 주말농장 사업에 방해가 될까봐 멧돼지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지만 멧돼지는 무참하게 마을회관의 사람들을 덮친다.
 
 영화 초반, ‘삼매리 2㎞’라고 쓰인 표지판을 부각시키는 화면은 의미심장하다. 신정원 감독의 전작 ‘시실리 2㎞’를 연상시킨다. ‘시실리…’는 요상한 영화였다. 조폭과 처녀귀신, 엽기적인 시골마을 주민들이 벌이는 한판 난장인 이 엽기코믹공포물은 ‘괴작(怪作)’이란 평가를 받았다. ‘차우도’ 괴작이다.

 신 감독의 장기는 하나의 시퀀스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황과 감정을 관객에게 툭 던져놓고 낄낄거리게 하는 것. ‘시실리…’에서도 그랬고 ‘차우’에선 정도가 더 심하다.

 외관상으론 괴수 멧돼지와 멧돼지를 쫓는 추격대 5인방의 한판 대결 구도다. 영화 제목 앞에는 ‘리얼 괴수 어드벤처’라는 홍보문구도 붙었다. 하지만 방점을 찍는 건 괴수 멧돼지도 추격대도 아니다. 인간 군상을 빗댄 캐릭터에 방점이 찍힌다. 방점이 찍히는 건 어드벤처가 아니다. 코미디다. 그것도 낄낄거리는 웃음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어설프고 약간씩 모자라다. 멧돼지가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파먹는 첫 사건의 현장에서 시골 경찰들의 어수룩한 액션부터가 심상치 않다. 경찰들은 가파른 언덕에서 나뒹굴고, 형사는 남의 담뱃값이나 일회용 라이터를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곤 시치미를 뗀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실실 웃음이 샌다.

 멧돼지에게 손녀를 잃은 전직 포수 천일만, 서울에서 좌천돼 삼매리로 내려온 다혈질 김순경, 호기심 많은 생태연구가 변수련, 전문 사냥꾼 백포수, 수사를 담당한 신형사 등 메인 캐릭터들은 물론이거니와 반쯤 미친 여자나 순경 등 소소한 캐릭터들 역시 기념할 만한 코미디 장면을 하나씩 부여받는다.

 캐릭터들을 통해 이기적이고, 때론 나약하기도 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 솜씨는 발군이다.

 컬트와 코미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초반의 재미는 중반 이후 급격하게 무너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핵심인 ‘식인 멧돼지’가 본격 등장하면서부터다. 컴퓨터그래픽이 부실하다는 건 진작 알려진 얘기고, 더 큰 문제는 긴장감과 공포를 자아내는 짜임새가 수준 이하다.

 포스터에 그려진 괴수 멧돼지의 오싹함을 기대하고 영화를 봤다가는 황당하겠지만, ‘괴수물’이란 말만 빼고 보면 훌륭하다. 영화의 경쾌한 유머는 ‘공포’를 넘어서는 의외의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한국 최초 리얼 괴수 어드벤처’는 관객들에게 ‘실패작이다’, 아니다 ‘컬트다’ 등등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