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결전 그서막이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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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결전 그서막이열렸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 엠마 왓슨.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17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어둠의 세력이 더욱 강력해져 호그와트뿐 아니라 머글 세계까지 위협하기 시작한다. 위험한 기운을 감지한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 덤블도어는 해리를 찾아간다. 그는 마법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해리에게 본격적인 개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펜시브를 통해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의 과거를 보게 한다.
 
 ‘해리 포터’, 여섯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1편 ‘마법사의 돌’이 나온 지 어언 8년. 해리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어엿한 스무 살 ‘총각’으로 성장했다.

 대니얼은 지난해 연극 ‘에쿠우스’ 무대에 전라(全裸)로 올라 화제를 뿌렸다. 이 소식에 다급해진 건 영화제작사. 부랴부랴 크리스마스 개봉 계획을 취소하고 여름방학 시즌으로 개봉 날짜를 미뤘다. 전라 연기가 해리의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

 대니얼뿐이 아니다. 론의 역을 맡은 루퍼트 그린, 헤르미온느의 엠마 왓슨 역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해리 포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

 ‘해리 포터’, 여섯 번째 이야기 ‘혼혈왕자’는 내년과 내후년 두 편으로 나뉘어 마무리될 ‘죽음의 성물’로 가는 열쇠다.

 기억에 얽힌 이야기다.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와 맞서야 하는 ‘선택 받은 자’ 해리.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 두렵다. 자신의 마법으로는 볼드모트를 이길 수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덤블도어는 그런 해리를 추슬러 최후의 결전을 준비시킨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볼드모트의 기억 속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호크룩스를 찾게 한다. 호크룩스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자신의 기억이나 영혼을 물건이나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담아 두는 사악한 어둠의 마법. 볼드모트는 자신의 영혼을 쪼개 7개의 호크룩스에 담아두었다. 현실의 볼드모트를 제거하더라도 호크룩스가 남아 있는 한 볼드모트는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해리는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 전 이 호크룩스를 모두 파괴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된다.

 영화의 색깔은 시종 어둡다. 볼드모트의 어두운 과거를 추적하는 줄거리는 선과 악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해리를 그린 5편 ‘불사조 기사단’보다 더 심각해졌다.

 어두운 스크린에 빛을 뿌리는 건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로맨스. 해리는 처음으로 론의 동생이자 주근깨에 빼빼마른 빨간 머리 지니 위즐리에게 감정을 느낀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다.

 론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라벤더 브라운이라는 여학생에게 빠지고, 론을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헤르미온느는 질투 나면서도 쿨한 척하느라 속이 활활 탄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는 고민이 컸던 것 같다. 원작 소설이 완결된 지금, ‘해리 포터’ 팬들은 이전만큼 해리에게 열광할까. 책과 다른 영화로는 무엇을 더 보여줄 건가. 신기한 마법 세계는 이미 웬만큼 다 보여줬다. 데이비드가 고민 끝에 선택한 건 볼거리를 포기하는 대신 스케일을 키우는 쪽.

 어둠의 세력은 더욱 강력해져 호그와트뿐 아니라 머글(인간) 세계까지 위협한다. 볼드모트의 귀환에 고무된 ‘죽음을 먹는 자’들이 런던 시내를 헤집고, 밀레니엄 브리지를 파괴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인 스펙터클이다.

 퀴디치도 강력하고 빨라졌다. ‘매트릭스 리그’라는 장비를 도입해 시속 100㎞로 달리고 빠른 회전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로 담아낸 장면들은 박진감이 넘친다.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져 실감도 높아졌다. 비록 지난 영화에서 몇 번씩 반복된 경기장면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는 해리가 볼드모트와 맞서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다시 출발점에 설 무렵 끝을 맺는다.

 그 사이. 수수께끼 혼혈왕자의 존재가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인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마지막 시퀀스는 충격적이다. 비장미 넘치는 마지막 장면은 151분의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을 이겨낸 선물로 감독이 ‘해리 포터’ 팬들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헌사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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