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7일. 유천동 집창촌 종합관리대책 발표 후 꼭 1년이 지나 다시금 오늘이 왔다. 무모한 도전이라 여겼던 경찰의 성전은 구체적인 성과 속에 현재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경찰이 휩쓸고 간 자리에 새로운 꽃이 피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서울의 집창촌 철거 과정과 비교하면 늦은 대응이 아쉽다. 유천동에 버금가는 집창촌을 형성했던 서울의 청량리 역 주변 속칭 588 지역.
이곳은 아직 성매매 업소가 반 정도밖에 철거되지 않았지만 관계기관의 노력이 앞서 최첨단 주상복합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54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엔 호텔과 쇼핑 시설이 들어서며, 주변지역으론 6개 이상의 고층빌딩도 세워진다.
내년 8월엔 국내 최대규모의 청량리 민자역사가 완공돼 침체된 상권이 다시금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량리와 더불어 대표적인 서울의 집창촌이었던 미아리 텍사스촌은 기존 성매매 업소들이 철거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천호동 역시 초고층 빌딩들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경찰의 단속과 병행 혹은 이에 앞서 진행된 지자체 땀방울의 결실이었다.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면 둔산·유성의 67곳 성매매 업소.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지만, 아직 간판은 내려가지 않았다.
간판이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언제 있을지 모를 미래의 이야기다.
지난 20일 대전경찰청에서 이와 관련된 지자체와 경찰의 간담회가 있고 나서야 앞으로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이후에 간판까지 철거한다는 모범답안이 나왔다.
유천동 일대는 뉴타운 식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는 발표가 유천동 철퇴 후 반년이 넘어서 나왔지만 시행은 빨라야 내년의 일이다.
성매매 척결의 전도사가 된 황운하 대전청 생활안전과장은 “경찰의 단속과 병행해 지자체의 협조가 있어야 성매매 단속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와 설명회 등을 갖고 조만간 지자체에서도 긍정적인 대응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 인력 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매매업소로 단속됐으면서도 간판을 계속 거는 곳에 대해선 앞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행정 강제집행을 하는 등 강도 높게 대응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도심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발전연구원 김흥태 박사는 “미시적인 방법에서 (성매매단속지역 등)도시 재개발을 논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고 도시계획은 일 년 안에 뚝딱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지자체, 경찰 등 유관기관은 물론 지역 전문가, 사회단체, 시민 등의 목소리가 모두 담긴 협의체를 만드는 등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천동을 예로 들면 문화, 주거, 교육, 여가시설, 상권 등이 모두 담긴 도시로 재탄생할 여건이 되고 보문산 문화권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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