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시민문화제가 열린 서대전 광장. 문화제를 마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거리행진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대로변에서 대치했다.
이때 경찰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했고 문화제 참가자들은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다며 맞섰다.
법을 해석하는 양측의 시각이 판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6조(집회신고), 10조(야간집회금지) 등을 들어 실정법 위반으로 봤다.
반면, 문화제 주최 측은 경찰이 대로를 차량을 동원해 막아서는 바람에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고 인도를 통한 거리행진까지 불허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5월 중순 화물연대 과격시위 이후 경찰이 민주노총 등 특정단체의 집회 5건을 잇달아 불허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경찰은 집시법 8조(금지통고)를 들어 법률에 따라 폭력이 예상되는 집회를 금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기획국장은 “그런 예상(폭력)만으로 집회를 금지한다고 하면 대한민국 땅에서 친정부 단체만 집회만 하라는 얘기”라며 “집회의 자유가 명시된 헌법의 기본 이념이 심각히 훼손당하는 셈이다”고 반박했다.
완벽한 법도 없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법도 없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해석하는 차이가 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헌절을 맞아 정부와 시민사회계가 이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대화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기초 질서를 지키자는 시책에도 불구하고 오물투기, 교통법규 위반 등 기초질서 위반 행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헌절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충남지역 기초질서 위반 단속건수는 6만 2696건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6개월 만에 비슷한 수치를 보여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 1~6월까지 모두 6만 574건이 단속됐으며 유형별로는 오물투기가 4만 627건으로 가장 많고 음주소란 8915건, 침 뱉기 3415건, 불법광고물 194건의 순이었으며 기타도 7423건에 달했다.
대전 사정도 비슷하다.
2007년 7~12월까지 기초질서 위반으로 부과된 범칙금 액수는 9900만원(3117건).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억 2000만원(1만 888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경미한 사안은 법을 안 지켜도 된다는 풍조가 만연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남대 법대 윤영철 교수는 “법 경시 풍조는 법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 몰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부분이 크고 이는 곧 준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도덕성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 각 부분에서의 교육, 특히 전인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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