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주만 대전CBS 본부장 |
과거 산아제한을 외치며 시골 아낙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던 보건사회부(보건복지가족부의 전신) 산하의 가족계획협회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영등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가족계획협회가 산아제한이 아닌 출산장려정책을 펴야 한다. 폐지하기보다는 다시 설립되어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를 홍보해야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가 오는지, 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를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그래서 출산을 장려할 정부기구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1%이상)로 접어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를 낳으면 사례금을 주는 정책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에 올 심각한 국가적 위기의 문제를 풀어 갈 수 없다.
정부는 고령화 문제와 저출산의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풀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하며 특히, 저출산 문제의 대책은 더욱 시급하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부가 나서서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과 고용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
먼저, 20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교육비의 문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과외의 근절을 통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해야겠지만 엄청나게 비대해진 과외는 이미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과외는 이미 거대산업으로 발전한 지 오래다. 따라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교육체계를 공교육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서라도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사교육은 공교육체계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둘째, 고용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직장을 가져야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최초 고용 연령은 27.8세라고 한다. 이는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고용되지 않은 80만여 명의 청년실업자 연령분포는 심각하다. 기다리다 지쳐서 대학원에 가거나 만기 전역한 군대를 직업군인으로 다시 가는 젊은이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직장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대학교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심하게 말해서 1군 1대 학교라고 할 정도로 설립된 대학교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83%에 이르렀지만 일본은 50%, 선진국 모임인 OECD의 평균진학률도 60% 정도다. 대학진학률도 높은 실업의 한 원인이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는 교육과 산업을 묶은 “교육과학부”를 출범시켰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원을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는 황금으로 일시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일시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출산율이 높아지면 고령화의 문제도 해결된다. 정부가 노인문제보다는 출산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저출산의 문제는 사교육비와 고용의 문제해결이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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