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다 쾅! 이래도 전면주차?

묵시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주차장 전면 주차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적인 이유로 전면 주차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교통사고 위험을 감안할 때 후면 주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4일 대전경찰청과 대전시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주차장에서 반드시 차량 머리가 먼저 들어가는 전면주차를 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은 없다.

실제 도로교통법이나 주차장법 등에도 주차방법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

정부가 나서 전면주차를 공식적으로 권장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전면주차보다는 후면주차가 바람직하다고 묵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웬만한 관공서 주차장은 물론 아파트, 회사 주차장에는 ‘전면 주차 하시오’라는 표식이 붙어 있을 정도다.

전면주차가 강조되는 이유는 환경적 문제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오는 매연에 포함돼 있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이 식물에 노출되면 생육에 지장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후면 주차 과정에서 아파트 저층 세대에 매연이 유입될 수 있고 건물 내 ㆍ외벽이 매연으로 검게 그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것도 전면 주차가 권장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한가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전면 주차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커 후면 주차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서구 관저동 A아파트 지상주차장 전면 주차돼 있던 차량이 후진하는 과정에서 70대 남성이 부딪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동네 B아파트 주차장에서도 한 여성이 전면 주차된 차량을 뒤로 빼면서 자전거 타던 초등학교 남학생을 충격하기도 했다.

경찰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종종 접수되고 있다.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전면 주차된 차량을 빼낼 때 시야 확보가 어렵고 우리나라처럼 주차공간이 좁은 여건에서는 후면주차가 더욱 수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전면 주차의 실효성에 의문을 다는 대목이다.

서부경찰서 교통과 구기창 경사는 “교통사고 위험,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전면 주차가 불합리한 점이 많아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후면 주차를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의 주차가 바람직한지 사회적으로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