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예체능계와 관련한 공공기관에서 방학을 대비해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지 그 일정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아니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교육 기관의 문을 두드려서라도 방학 동안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보다 훌륭한 교육환경을 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인지 방학 기간이라고 해도 학생들은 놀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이 현실이다.
사실 방학 중에 방학의 여유를 누릴 수 없는 이유는 현 교육계의 탓일 수 있다. 아무리 EQ의 시대,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공교육기관에서 차지하고 있는 국영수 교과목에 대한 비중은 점차 높아만 가고 있으며, 예체능계 교과목의 비중은 학년이 높아갈수록 떨어져 예체능계로 진학하고자 맘먹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사교육 기관의 진학대비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관련학과를 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공적 기관의 프로그램이나 공교육을 통해 예술계 학교를 준비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가동되고 있는 정기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은 일부 문화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거나 사회복지차원에서 장애아동이나 시설아동, 다문화가정어린이들을 껴안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많았다.
교과과정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현장감 있는 체험교육을 권장하고 미술관내에 전시된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미술에 대해 재미있고 새롭게 이해할 시간을 주어 문화소외 계층의 아이들에게도 문화적 소양을 어려서부터 길러 주고자 하는 기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문화복지 차원에서 실시되는 일부 계층의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을 뿐이다.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보여주기 식의 예술교육이기 십상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일시적인 전시성 교육이외에 미술관, 박물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 중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잘 짜여 있는 것일까? 지역의 가까운 공적 기관들을 보았을 때 대답은 아니오 쪽이 가깝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고, 깊이 있는 미술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학기간 중이라고 해서 특별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부모라면 십중팔구는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기적 교육프로그램 외에도 방학을 맞아 단기적이나마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가동하고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볼 때 이를 두고 우리는 그림의 떡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이 아닌 국공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사설 미술관에서는 어린이만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미술교사를 위한 연수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방학을 하기도 전부터 신청을 받아 방학이 되면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곳도 있고, 독자적으로 어린이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렇게 준비된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학기 중에 공교육의 교과과정을 통해 형식적이고 부차적인 학습으로 혹은 일괄적인 형태로 미술교육을 받아왔던 단점을 보완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의지로도 보인다.
우리지역 뿐만 아니라 지역의 형편 상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어린이 미술관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겠지만 최소한 여름 방학을 맞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고 이를 통해 미술을 비롯한 예술교육을 많은 청소년들이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강좌의 일부분으로서 끼어 넣기 식이나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어린이들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한 것은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지역 미술계의 과제이다. 이러한 이유의 기층에는 근본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예술교육의 인식 부재가 원인일 것이다.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이 전시나 작품 소장 및 보존의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의 주민을 위한 교육도 다른 나머지 설립 목적이나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다 해도 실천의지에 상응하는 예산이나 행정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말로만 사교육 문제 운운하지 말고 공교육기관에서 미처 실시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지역의 사회기관이나 유관 기관에서 대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고 독려하며 감독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별도의 어린이 미술관이 없다 해서, 주 관람 층이 성인이라 해서 또는 교육부분에 투자되는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미술 관련 공적 기관에서의 어린이 미술교육이다. 여름방학이 되어도 다양한 어린이 미술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지 못하는 지역의 상황에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를 말한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사설 화랑이나 관련 단체에서 힘든 상황이라면 공적 기관에서 더더욱 나서야 함은 당연한 일 아닐까? 구색 맞추는 정도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소임을 다했노라고 자위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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