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첫 사회복지시설 미륵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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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첫 사회복지시설 미륵원을 아시나요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14 7면
  • 박연아 객원기자박연아 객원기자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시설 미륵원을 아십니까?”

올해로 출범 60년을 맞는 대전은 우리나라 최대의 교통요충지로 역사와 문화면에서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암 송시열과 동춘 송준길 선생을 중심으로 17세기 학문의 중심지를 이뤘던 대전은 선비의 고장이다.

특히 회덕의 토족 회덕 황씨가 600년 전 운영한 미륵원은 3대에 걸쳐 대전지역을 거쳐 삼남지역을 오가는 길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했던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자 나눔을 실천한 곳이다.

언제 처음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 말 회덕 황씨의 2대조 황연기가 중건해 3대 110년(1332~1440)간 덕행을 이어왔으며 이곳을 찾는 길손들이 여름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미륵원 남쪽 부근에 남루(南樓)를 짓기도 했다.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구호활동으로 시작해 시설 확장과 함께 사회봉사활동으로까지 확대된 대전지역 최초의 민간 사회복지기관인 미륵원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 중 하나인 후덕한 인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이색과 하륜, 변계량, 정인지, 송시열 등 정치와 학문적으로 유명한 당대 인물들이 이 곳을 찬양하는 글(제영기·題詠記)을 남기고 있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미륵원과 남루는 조선후기 이후 폐허가 되어 터만 내려오다 지난 1980년 대청호가 생기면서 미륵원지 대부분이 수장되고 그 일부와 남루고지가 대청호변에 남아 있는데 지금의 남루는 정면 4칸의 이축된 한식 건물로 송시열 등 당대 선비들이 남루에 머물 때 쓴 칠언팔구시(七言八句詩)가 아직도 누(樓) 안에 걸려 있다.

현재 미륵원에는 황씨 종손인 황경식 할아버지와 육애숙 할머니가 살고 있는데 수시로 찾아오는 답사객들을 늘 밝은 얼굴로 맞이하는 이들은 언제든 와서 자고가도 좋다는 말을 잊지 않을 정도로 과거 황씨들의 인심을 보여주고 있다.

미륵원지를 찾은 김선학(62·대전시 대덕구 읍내동)씨는 “더불어 사는 삶과 나눔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인 미륵원은 흔적도 없고 남루마저도 초라하게 복원돼 있어 가슴 아프다”며 “대전시 출범 60년을 맞아 대전을 대표하는 시설들이 제 모습을 찾아 지역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연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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