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얼굴과 체형, 혈액, 설문을 분석해 소음인·소양인·태음인 등 사상 체질을 80% 수준까지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이다. 우리나라 사상체질 연구에서 객관적인 기법으로 80% 이상의 진단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체질 진단 툴 개발에는 한의학연과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이 힘을 모았다. 진단 툴을 개발하려면 정확한 임상데이터가 필요한데 사실 한의계는 이런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다. 한의학연은 체질진단 전문가들을 동원, 2000여명에 이르는 체질진단 확정자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했다. 이른바 체질정보은행이다.
체질 진단 툴 개발은 체질정보은행 덕분이다. 체질정보은행은 안면·체형·음성 등 계측자료, 생리특성·성격특성 등 설문자료, 한의사 진단 및 약물반응 등 임상자료, 32종 혈액분석정보 및 유전자정보 등 생물학적 자료 등을 통합한 DB이다.
체질 진단 툴의 예측 정확도는 남자의 경우 82.89%(표본 오차 ±0.49), 여자의 경우 79.50%(표본 오차±0.70)이다. 객관적인 DB를 기반으로 하는 진단 툴을 통해 체질정보를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한의계에서도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체질 진단 툴 개발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우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체질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사실 조선후기 동무 이제마 선생이 사상체질의학을 주창한 이후 많은 한의사들이 사상체질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객관적인 진단 툴이 없어 고민했었다. 이번에 개발된 툴은 이런 진단의 고민을 상당부분 걷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는 정확한 진단으로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고 이에 따른 적절한 처방이다. 정확한 진단은 효과적인 처방의 지름길이다. 확실한 체질진단은 치료효과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체질진단 툴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4가지 툴을 이용해서 환자의 체질을 진단할 수는 있지만 편리성과 측정시간은 연구팀에 있어 큰 과제다. 따라서 연구팀은 개발된 진단 툴의 실용화와 성능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때문에 안면이나 체형의 특징점 정보 등 체질진단 정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추출하고 분석 결과를 자동으로 제시하는 알고리즘(Algorithm) 개발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가 끝나게 되면 동네 한의원에서 기계적으로 간단하게 자신의 체질을 진단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의학이나 한의학이나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세기 이후 크게 발달한 서양의학은 진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서양의학의 발달은 진단의 승리다.
반면 한의학은 그동안 현대과학 발달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철저히 외면 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해방이후 본격 도입된 서양과학은 서양의학의 전유물이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과학은 서양의학의 전유물은 아니다. 21세기 융합기술의 시대엔 더더욱 그렇다. 한의학과 IT, BT, NT 등 간의 융합기술도 기대가 되는 분야이다. 한의계는 지금 과학화가 한창이다. 침과 뜸, 한약 등 한의학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 중이다. 체질진단 툴 개발은 이런 한의학의 과학화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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