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윤도 건양대 교수 |
이같은 인간애를 생각할 때 우리들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애 파괴행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북한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가족파괴, 인간애파괴의 현실들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한의 그같은 태도를 하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무감각해져버린 것 같다. 그러나 그를 당하는 당사자들의 어마어마한 분노와 고통을 생각한다면 깊이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지난 11일은 금강산에 관광 갔다가 무고하게 북한군의 총에 맞아 돌아간 박왕자님의 1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자살한 전직대통령에 대한 어마어마한 조문과 같은 추모 행렬도, 한 가정의 인간애적 행복을 무참히 파괴하고도 한마디 자책의 표현도 없이 뻔뻔한 북한 정권에 대한 격렬한 비난의 소리도 없었다. 정부 역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그 사이 핵실험 단행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적인 도발행위를 감행했고, 개성공단의 생산활동을 위협하더니 현대아산의 근로자 한 명을 몇 달째 계속 억류하고 있다. 어렵게 성사되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중단되어 기약이 없다. 언제 어떻게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인지 기약이 없다. 오로지 북한 지도부의 마음에 달려있을 뿐 국제적인 압력도 소용없는 상황이 아닌가.
이같은 한반도에서의 인간애 실종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하여는, 북한이 더 이상 인간파괴적 행위를 계속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통일된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우리에게 자행하고 있는 최고의 적대행위를 인간애 파괴행위에 두고 전국민이 단합하여 강력히 항의하고 주장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를 가졌느냐 몇 천㎞ 사정거리의 미사일을 몇 기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사실은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다.
그보다 그동안 정전협정 이후에만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양민 학살을 일으키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해왔는가를 낱낱이 밝히고 국제사회와 함께 철저한 응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가식적인 행동에 대해 전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비난과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서야 한다. 진짜 촛불이 필요한 문제인 것이다.
2002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했던 당시 16일자 신문들의 보도를 기억한다. 1면에 아무런 글자없이 전면으로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끌어앉는 모습의 사진만 실었다. 우리 신문 사상 최초로 있었던 일이다. 몇몇 신문은 그 사진을 배경으로 소제목이나 사진설명 등을 넣었으나, 남북정상이 50여년만에 만나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몇 개의 글자로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 오히려 구차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민족은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반만년을 살아왔고, 서로의 감정을 말이나 제스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알지 않는가.
글자 한 자 없는, 사진으로만 채워진 신문을 받아들면서도 우리는 깨알같은 글씨로 가득찬 면을 읽는 시간만큼이나 오랜 시간 들여다보았고, 지금도 북한의 여러 가지 일들이 신문에 날때마다 그 신문을 다시 꺼내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을 드려다 본다.
그리고 박왕자님의 피격 1주년을 맞아 김정일 위원장에게 묻는다.
“그 날의 진지하고 함께 감격스러워했던 그 표정들은 거짓과 허구에 가득찬 당신의 원맨쇼적인 단순한 연기에 불과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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