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규]디자인으로 사는 세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오치규]디자인으로 사는 세상

[문화초대석]오치규 충남대 예술대학 교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13 20면
  • 오치규 충남대 예술대학 교수오치규 충남대 예술대학 교수
디자인은 무엇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 종종 지인들이나 학생들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해 보는데 그럴 때마다 대부분 어떻게 답해야 좋을지 이내 난감해 한다. 디자인을 개념으로 바라보는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언제 어디서나 디자인을 만나고 어울리고 즐기고 있다.

▲ 오치규 충남대 예술대학 교수
▲ 오치규 충남대 예술대학 교수
디자인은 개념이 아니라 실제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의식해야만 한다.” 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빅터파파넥의 말이다. 디자인이 특별한 학문이나 산업의 경계를 넘어 이제 모두의 일상이 된지 이미 오래 임을 생각하면 이 말을 통해 우리는 디자인이 우리와 얼마나 밀접한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순수 미술과 달리 응용미술로 분류되는 디자인은 디자인 하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된다. 때문에 디자인하는 사람은 저절로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게 되고 늘 쓸 사람을 생각하는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인 작업이 된다.

디자인을 접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갖게 되는데 잘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드는 반면 그렇지 못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런 까닭에 디자인 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을 잘 하려고 애쓰는 것이고 그런 디자인은 쓰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든다. 디자인은 무엇인가? 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고 그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본질이다. 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굿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멋진 디자인과 쓰기 편한 디자인 이 두 가지가 충분히 고려된 디자인이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우리는 오늘은 무엇을 할까? 오늘은 어떻게 보낼까?를 머리 속에 그려보게 된다. 펜없이 생각으로 그리는 디자인이다. 이런 생각들이 하루의 생활을 그리고, 꿈을 그리고 우리의 비전을 그린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신호등도 디자인이다.

그 신호등을 움직이는 신호체계도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잘된 신호등은 보기에도 좋다. 보이지 않는 신호 체계 조차 디자인이 잘되어야 운전자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잘못된 신호체계는 신호등의 역할과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똑같은 신호라 하더라도 디자인이 잘된 신호체계는 복잡한 거리에서도 차량의 흐름을 물 흐르듯 달리게 하고,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인성)까지도 즐겁고 부드럽게 만든다.

때문에 사람들은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 디자인이 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디자인은 잘 쓰기도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자인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예컨데 우리가 흔히 쓰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면 대부분이 엠보싱 처리가 되어있다.

엠보싱은 화장지 표면에 올록볼록 요철을 두어 그 부분에 닿는 부분이 잘 닦이도록 디자인된 제품이다. 그러나 대부분 화장실에 걸려 있는 화장지를 보면 반대로 걸려 있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엠보싱 화장지는 두루마리를 말았을 때 볼록한 부분이 밖으로 나와야 디자인의 진가가 발휘 되는데 그냥 무심코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심함으로 잘한 디자인의 가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기업에서는 디자인 경영이 화두라고 한다. 제품의 기능적 차이에 대한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심미적 기능뿐 아니라 사용시 만족도까지 고려한 디자인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고 애를 쓴 첨단 제품들이고 보면 이러한 첨단 제품들이 단지 보기에 좋은 디자인만 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잘 하려고 애쓴 만큼 디자인을 제대로 쓰려는 사용자들은 얼마나 될 지 문득 궁금해진다. 좋은 디자인, 잘된 디자인은 잘하려고 애쓴 만큼 제대로 활용되어야 그 가치도 생활도 즐거워지게 된다.

디지털 시대, 세상은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갈수록 차가워지고 팍팍해진다. 디자인이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다. 차갑게 태어나는 디지털 제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따뜻한 아날로그를 그리워한다. 그런 요즘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마음 따뜻한 아날로그다. 차갑고 딱딱한 디지털에 입혀지는 따뜻한 아날로그, 디지털도 첨단도 디자인을 만나면 따뜻해진다. 이제는 디자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