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은 19개의 석탄 액화공장에서 추출한 인공 휘발유 및 디젤유를 탱크, 비행기 등의 연료로 공급했다. 이 공장들은 전쟁이 끝나고 중동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돼 값싼 원유가 공급되며 모두 문을 닫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여전히 자국 내 차량 연료의 30% 정도를 석탄에서 추출한 인조석유로 사용하고 있다.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시대를 맞아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석유로 바꾸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화석연료연구센터(센터장 정헌)는 석탄, 천연 가스 및 오일샌드, 오일 쉐일 등의 비재래형 연료를 포함한 화석 연료를 청정화하는 국산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국내에서는 지난 1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화석연료 연구센터(센터장 정헌)에서 하루 0.1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간접액화 방식의 시험용 생산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청정화석연료 연구센터에서 세계 유일의 상용 플랜트 보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솔(Sasol) 회사로 부터 기술 이전을 받으려 수차례 접촉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자체적으로 피나는 노력에 의해 일급 석탄 액화 반응 시스템 개발, 고품위 제조 기술, 비 재래형 연료관련 기술 개발, 금속 구조체에 코팅된 compact GTL용 고유 촉매 등의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석유대체 연료 생산기술 개발과 동시에 관련 플랜트 수출 산업화를 위해 연구원 25명이 매진하고 있다.
석유는 탄소와 수소로 구성되는데 석탄은 탄소 덩어리이다. 인조 석유 기술의 핵심은 석탄에서 탄소를 끄집어 내고,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합성하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온·고압에서 석탄을 바로 석유로 변신시키는 직접액화 방식과, 석탄을 기체 상태인 가스로 만들었다가 석유로 만드는 간접액화 방식으로 나뉜다.
직접액화 방식은 말하자면 석탄을 녹여서 석유로 만드는 것이다. 석탄을 100~300기압에서 섭씨 400~470도까지 가열하면 석탄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들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 여기에 물에서 분리시킨 수소를 탄소 원자에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간접액화 방식은 석탄을 기체 상태로 만든 후에 이를 다시 액체인 석유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기체인 천연가스를 석유로 변환시키는 기술도 간접액화방식과 유사한 기술이다.
인조 석유 기술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저급의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고부가가치의 석유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75달러를 돌파하면 인조 석유도 시장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조 석유 기술은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정헌 박사는 “국내 수요의 14% 정도인 연간 1억배럴 정도 석탄 인조 석유를 생산하게 되면 원유가를 배럴당 70달러로 가정할 때 약 5000억원의 석유 수입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며 “에너지 안보와 기술 수출 측면에서 석탄인조 석유 생산을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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