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이 극장판 ‘주온 1, 2’가 만들어졌고, 감독 시미즈 다카시는 할리우드로 가 ‘그루지 1, 2’로 리메이크했다. ‘그루지 3’이 비디오로 직행하긴 했지만 ‘주온’은 태평양 너머까지 공포에 떨게 한 아시아 공포영화의 성공모델이었다.
‘주온: 원혼의 부활’은 10주년 스페셜 프로젝트다. 시미즈 다카시는 메가폰을 잡는 대신 제작자로 참여했고, 미야케 류타와 여성감독 아사토 마리가 각각 ‘하얀 노파’와 ‘검은 소녀’를 완성해 함께 묶어 개봉했다.
‘하얀 노파’의 중심은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집. 일가족이 무참히 살해된 집에 이사 온 가족. 당시의 일과 관련된 녹음테이프가 발견된다.
‘하얀 노파’와 대구를 이루는 ‘검은 소녀’의 시작은 학교다. 교실에 혼자 남아 있다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 간 여자 아이. 그녀의 몸속엔 엄마 뱃속에서 빛조차 보지 못하고 죽어간 쌍둥이가 낭종으로 남아있었다.
저주가 시작되는 장소인 집이 ‘원혼의 부활’에서 부활한다. 두 편 모두 이 집을 배경으로 하며 이곳에 발을 들인 자는 예외 없이 저주에 휩싸이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귀기 어린 집, 일가 참사 사건, 태어나지 못한 아이, 결코 끝나지 않는 저주와 원한, 어디서 나는지 모를 특유의 소리에 의한 공포까지. 미야케 류타와 아사토 마리는 선배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하려는 듯 ‘주온’의 설정을 반복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노파와 소녀 캐릭터들. 하얀 얼굴의 노파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공포를 불러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아기 귀신 검은 소녀는 좀 아쉽다.
‘주온’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일상에 내재된 생활형 공포라는 점. 집 학교 직장 등 너무나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공포를 극대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빈약하고 대신 이미지와 분위기가 곧 공포다. 권선징악도 없다. 더욱이 착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다 희생자가 되고, 심지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때문에 ‘주온’은 관객에 따라 무섭다 혹은 무섭지 않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제는 익숙해 귀엽기까지 한 토시오의 등장은 팬들에 대한 서비스인 듯. 모닝구 무스메 4기 멤버인 가고 아이가 ‘검은 소녀’에서 간호사 역으로 출연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