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감독의 다섯 색깔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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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감독의 다섯 색깔 사랑이야기

■오감도 감독: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병욱, 오기한. 출연: 배종옥, 김효진, 장혁, 김강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10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제목만보고 이상의 난해한 시, ‘오감도’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영화 ‘오감도’는 다섯 명의 감독이 그린 남녀 간의 다섯 가지 사랑이야기다. 각기 제 나름의 색깔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려냈기에 맛도 느낌도 각각 다르다.

 첫 번째 이야기는 변혁 감독이 들려주는 ‘히스 컨선’(his concern. 그의 관심). 우연히 만난 남녀가 서로를 탐색하다 하룻밤 사랑을 벌인다.

 장혁과 차연정이 밀고 당기는 남녀를 연기했다. 남자의 관심은 온통 여자의 몸에 쏠려 있는데 그의 머리가 막아선다. 그 머뭇거림을 저음의 톤으로 들려주는 장혁의 내레이션이 유쾌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허진호 감독이 들려주는 ‘나 여기 있어요’다. 작은 원룸이지만 부부는 숨바꼭질을 한다. 그러다 아내는 영영 숨어버린다.

 죽음을 앞둔 아내는 차수연, 아내의 체취를 통해 기억 속의 사랑을 더듬는 남편은 김강우가 연기한다. 덤덤하기에 더 애틋하고 더 아린, 허진호 식 감정이 단편으로 압축돼 훨씬 진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유영식 감독의 ‘33번째 남자’. 신인 배우의 귀신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서른세 번을 촬영하면서도 “오케이” 사인을 내지 않는 감독. 신인 배우는 선배를 찾아가 방법을 묻고, 두 여배우는 은밀한 음모를 꾸민다.

 재치 있고 코믹해서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선배 여배우는 배종옥, 선배의 충고를 듣고 섹시한 매력녀로 변신하는 신인은 김민선이다. 거칠 것 없이 아낌없이 상반신을 노출한 배종옥의 투혼이 돋보인다.

 애증이 교차하는 불편한 두 여자의 동거를 그린 민병욱 감독의 ‘끝과 시작’이 네 번째 이야기다. 바람을 피우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 남편이 바람을 피우던 상대 여자는 아내를 찾아와 당돌하게도 동거를 제안한다.

 엄정화와 김효진이 연기대결을 펼친다. ‘서양골동양과자점’ 등의 민규동 감독의 동성애 코드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오기한 감독의 ‘순간을 믿어요’가 대미를 장식한다. 서로 친한 고등학생 세 커플의 스와핑. 즉 서로 상대를 바꿔 데이트를 벌이는 이야기.

 김동욱-신세영-송중기-이시영-정의철-이성민 등 신세대 스타들이 그리는 스와핑은 발칙하다기보다 도발적이고 솔직해서 외려 쿨하다.

 서로 아주 다른 다섯 개의 사랑이야기를 관통하는 코드는 ‘에로스’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갖는 관심도 거기다. ‘본능적인 사랑’ 에로스를 얼마만큼 진하게 보여줄 것이냐는 것.

 하지만 ‘오감도’는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던 것과는 달리 노출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 한마디로 야하지 않다. 여배우들의 베드신은 예고편에서 보여준 정도가 전부.

 문제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꽤 불편하다는 것. 감독들은 배우들을 교차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하나인 멀티 플롯 구조의 내러티브를 구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들의 색채가 너무 강하다보니 흐름이 툭툭 끊긴다. 출발은 경쾌했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선 한없이 처지고 다시 업(up)시킨 분위기는 네 번째 이야기에서 아예 주저앉고 만다.

 다섯 편의 단편을, 그것도 재료도 맛도 전혀 다른 음식 다섯 가지를 삭일 새도 없이 계속해서 먹으라고 들이대니 관객들은 소화불량에 걸릴 참이다.

 관람 포인트를 바꾸는 게 좋겠다. 야할 거라는 기대는 진작 접어두고, 중견 감독 다섯 명의 감각적인 연출 솜씨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 같은 주제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펼친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본다면 꽤 흥미로운 감상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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