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
동양 최고의 부자 나라인 일본에서도 중산층은 여지없이 몰락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빗대어 ‘88만 원짜리 인생’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일본에서는 이들 집단을 ‘하류인생’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삶을 시작하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은 사정이 더 나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간다. 이들은 대부분 중산층인 부모세대를 잇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을 상속받지 못하는 한, 중산층 자녀들 역시 그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 발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들이 이른바 신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이 더욱 빈번해졌다. 그만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언론기관들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올해만 벌써 100만여 명의 신 빈곤층 인구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중산층 붕괴의 심각한 문제는 사회 전반에 경제적 불평등 의식을 조장하고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사회 전반에서 낙관적 분위기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회가 병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산층의 몰락은 중간적 사고영역을 파괴함으로써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현재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앞으로 중산층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빈곤층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회를 파괴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도록 극복되어야 한다.
사회의 건강지표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창조적 벤처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작금의 권위주의 유지 및 기득권 보호정책으로는 빈부격차만 더 키울 뿐이다. 또한,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을 많이 채용해야 하며, 정부는 형평과세의 원리에 입각하여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작은 자산마저도 훔쳐간다는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때 사회통합도 가능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