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윤도 건양대 교수 |
1986년 선진 부국들의 G8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대안적 기구로 설립된 NEF가 단순한 경제적 부가 아닌 종합적 측면에서의 인간의 행복도에 대하여 2006년부터 매년 발표해오고 있는 HPI는 각국 국민의 기대 수명, 삶의 만족도, 탄소발자국(환경오염지표) 등을 수치화해 비교하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잘사는 나라’들로 생각하고 있는 경제적 수치에 의한 국가별 순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2009년 HPI에 따르면 경제 부국으로 알려진 G20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국가는 브라질 하나로 9위에 머물렀다. 서방 선진국들 가운데는 네델란드가 43위로 가장 높았고 영국 74위, 프랑스 71위, 독일은 51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미국은 114위, 일본은 75위, 러시아는 108위 등으로 68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처졌다. 우리나라는 평균 수명은 77.9세로 상위그룹에 속했으나 삶의 만족도와 환경오염지수가 중간 그룹에 머물러 전체적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는 베트남이 5위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나타났고 사우디아라비아(13위), 필리핀(14위), 인도네시아(16위), 부탄(17위), 라오스(19위) 순으로 집계됐다.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20위, 인도는 35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빈국인 스리랑카(22위), 파키스탄(24위), 방글라데시(31위) 등도 비교적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
반면에 하위권은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지했다. 짐바브웨(143위)를 최하위로 해서 탄자니아, 보츠와나, 나미비아, 브룬디 등이 하위를 구성하고 있으며 대부분 100위 이하에 머물렀다. 미국이 예상 밖의 낮은 순위를 보인 것은 평균 수명(77.9세)이나 삶의 만족도(7.9)에서는 비교적 상위를 나타냈으나 환경오염지표(9.4)가 매우 낮아 전체 지수가 30.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과 동남아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평균 수명은 선진국들 보다 다소 낮았지만 삶의 만족도와 환경오염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각국의 인간개발지수(HDI)는 HPI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각국의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 수명 등 4가지 수치를 비교하는 이 지수에서는 2008년 아이슬랜드와 노르웨이가 0.968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15위, 영국은 21위, 한국은 25위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0.900 이상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는데 이 집계에서는 33위까지 해당되었다. HPI에서 상위에 랭크되었던 중남미국가들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아 극과 극의 대비를 보였다.
이같은 여러 가지 국가별 수치 비교에서도 인간의 행복이 돈에 달려있는 것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가지 공통적인 전망은 ‘환경’이다. HPI에서는 환경오염지표를 탄소발자국(footprint)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한 나라는 탄소를 적게 쓰는 나라라는 등식도 성립되고 있다. 저탄소경제, 클린경제가 화두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HPI 지표를 보면서 우리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도 계속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지키기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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