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과 현실과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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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과 현실과의 함수

<변상형 교수의 문화 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08 10면
  • 변상형 한남대 문화예술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문화예술학과 교수
요즈음처럼 모든 분야에 걸쳐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도 없다.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특정 분야에만 자격이 요구되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하게 발전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자격증도 다종다기하다. 특수한 분야로 여겨지는 사회복지사나 직업상담사, 보육교사 등의 자격증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조차 매니저 자격증 제도를 적극 도입한다고 한다.

이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매니저를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닌 것이다. 심지어 ‘떡’을 만드는 분야에도 자격증을 요구한다니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자격증 천국이다. 아마 매니저 자격증 제도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의 여러 사건들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특히 장자연 사건을 놓고 볼 때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연예계 주변 개선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아져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한편으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미술계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던, 신정아 사건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은 미술전문 직종인 큐레이터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다. 화려한 직업으로서의 큐레이터 즉 학예사라는 직업에 대해 젊은 미술학도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그 방향으로 진로를 꿈꾸게 하였던 것이다.

요즘 들어 학예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자하는 젊은 미술인들의 지속적인 증가는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필자 또한 미술계와 관련 있는 학과의 학생들로부터 학예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흔한 말로 자격증을 따려는 학생들로부터 문의를 받을 때 마다 왜 모든 분야에서 하나같이 자격증 몸살을 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격증만 있으면 실력을 인정받고 취직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까?

자격증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열의가 취업대란이 밀어닥친 근래의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인지, 자격증은 하나의 통과의례 일뿐 그 실효성면에서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 흔한 증 하나 없으면 자격시비에 휘말릴까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자격증을 확보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자격시험대비에 관해 어떤 공부가 필요한 것인지 대해 말해 주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곧바로 미술관에서 근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도움은 받지 않겠는가하는 기대감을 갖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 자신도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장담할 수도 없는 게 자격증과 관련한 현실과의 함수이다.

현재 공공미술관에서 심심찮게 채용공고가 나오고 있으나 학예사 자격증의 유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 듯싶다. 현재 학예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학예사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학예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전공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미술관이나 사설 갤러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실 큐레이터 관련학과가 없었던 시절, 대부분 미술 관련 실기 전공자나 대학원 연계과정 전공자들이 큐레이터 업무를 맡아보았었다.

이에 각 대학들은 발 빠르게 최근 10여 년을 전후로 큐레이터에 관련한 다양한 학과들을 개설하여 미술 관련 직종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더욱이 2000년부터 학예사 자격증 제도가 문화관광부에서, 2004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맡아오면서 매년 수 백 명의 자격증 보유자를 배출하고 있지만 실제 자격증과 관련한 그 쓰임새에 있어 현실적 상황은 기대 이하이다. 자격증이 있어도 현장 실무경력이 없다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취직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실제 그 많은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도 많지 않은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적 상황이다.

자격증이 있어도 취직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졸업을 앞두고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려 애쓰는 상황에서 막상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줄 변변한 유관 기관도 없는 지역의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권유해야만 하는 걸까? 자격증이 100퍼센트 능력의 지표로 사용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그 자격증을 갖고 원하는 일터에서 당당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야 하지는 않을까? 올 해 12월 학예사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필자는 겨우 이 말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취직과는 무관하게 그동안 배운 분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기회이니 언젠가 활용할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보다는 훗날 자격 시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시험을 보기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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