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덕 국가기록원장 |
유네스코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자연·무형 및 기록유산 등으로 구분하여 지정해 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등재된 이후 2001년에는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 2007년에는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 경판, 조선왕조의궤 등 여섯 가지 기록이 등재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쉬운 우리의 글 훈민정음이나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인쇄한 직지심체요절이야 그 중요성이나 의미로 볼 때 세계기록유산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조선왕조실록은 중국처럼 큰 나라에서 당, 송, 명, 청 등 여러 왕조가 수많은 기록을 남겼을 텐데 어떤 점이 유네스코의 마음을 이끌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긴 세월을 다룬 실록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단순히 국왕의 일 또는 치적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정치·외교·군사·제도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의 실제 생활풍속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귀중한 역사 기록물이라는 점이다.
당시에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루하루 사안별로 잘 기록해 나가겠다는 생각과 꾸준한 노력이 이어져 후손인 우리에게는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유산이 된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이 생소하듯 여전히 많은 국민들에게 국가기록원은 그리 친숙한 기관은 아니다. 또한, 국가기록이 어떤 범주까지를 의미하며 왜 관리되어야 하고 얼마나 소중한지를 설명하는 것도 그리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조선왕조실록을 만들 때의 사관들도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갔을 터이니까.
지난 6월 국가기록원에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담아 ‘국가기록관리 선진화 전략’을 만들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 소홀히 하여 소실되고 있는 소중한 기록들을 잘 관리해 나가기 위해 법·제도를 정비하고 매일 매일 생산되는 방대한 기록을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며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이 손쉽게 기록을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기록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한 국가기록원 스스로의 다짐이자 미래 비전이다.
지금의 노력이 당장 또는 당대에는 관심 받고 사랑 받기는 어렵지만 조선왕조실록이 우리에게 세계의 기록유산으로서 당당히 선정되는 기쁨을 안겨 주었듯 우리의 후대에 자랑스러운 선대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국가기록원은 국가의 소중한 기록을 정성을 다하여 관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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