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애]그들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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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애]그들은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교육단상]이종애 금산여중 교사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08 20면
  • 이종애 금산여중 교사이종애 금산여중 교사
김예나! 이민정! 박수희!...

나는 오늘도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이름을 부른다.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했을 지라도 또 부른다. 부를 때는 눈과 눈이 마주쳐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고개들지 않고 대답하면 몇 번이고 다시 불러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한 후에야 수업을 시작한다.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 이종애 금산여중 교사
▲ 이종애 금산여중 교사
아무런 교감이 없다가도 친근감이 생기고 애착이 생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해 낸 성공적인 교실수업을 위한 첫 단계이다. 학생들은 교사와의 래포가 형성되고 마음과 마음이 통했음을 느낄 때 질문도 자유롭게 하고 교실 분위기도 활기차게 만든다. 학생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질문하고, 발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할 때 교사는 저절로 힘이 난다.

나는 소도시에서 수준별이동수업인 보충반(성적 낮은반)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반은 낮은 성적으로 인하여 자신감, 표현력, 집중력이 부족하다. 친구들과 하는 잡담으로 인해 수업 내용을 진행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수업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가까이 다가가는 만남을 택했다.

우리반에는 몇년전 선배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학생부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학생이 몇 명 있다. 거의 매일 지각하고, 교복도 제대로 입지 않고 친구들과 떼지어 학교생활에 소홀히 하는 학생이었지만 다행히 부모님과 협조로 지도하여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몇 학생들과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도 학교라는 조직 속에서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청소 시간, 하굣길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너의 막내 동생 지금 몇 살이니!” “지금 5살이에요.”, “수희야 ! 허리는 어떠니? 지금도 병원에 한달 한번씩 가니?”, “너 키가 훌쩍 컸다. 비결이 무엇이니! 긴머리 묶으니까 시원해 보이고 네 갸름한 얼굴에 더 어울린다” 이제 학생들은 복도에서 더 크게 인사하거나, 멀리서도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한다. 어느 날 복도에서 한 학생이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예빈이가 예뻐요, 제가 예뻐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어린아이같은 질문에 다소 당황했지만, 나는 그 학생을 안아 주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학생들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런 친숙한 관계가 형성된 후에 그들에게 도전감 있는 학습과제를 제시하고, 수준에 맞는 수업활동으로 질문을 하면 모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은 활발해지고, 나도 신이 난다.

실존주의 철학자 부버는 만남을 통한 교육을 강조했다. 교육이 자유로운 인격의 형성을 돕기 위해서는 만남이 있어야 하고 만남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인 대화여야 한다고 했다. 이름 불러주기, 칭찬해 주기, 특별한 관심 갖기. 그런 후에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즐거운 수업, 내가 만족한 수업이라고 한다.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제 나도 그들의 꽃이 되어야겠다. 서로가 필요로 하는 관계를 맺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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