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레나는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 내려 일자리를 찾는다. 그냥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특정한 집을 노린다. 테아라는 이름의 어린 딸을 가진 아다처 부부의 집. 이레나는 아다처 부부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를 구하고 가정부를 계단에서 굴러뜨리면서까지 기어코 이 집에 들어간다. 그녀는 테아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데.
‘시네마 천국’을 만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음악 감독 엔리오 모리코네. 두 거장이 다시 만났다. 이번엔 ‘시네마 천국’ 같은 감동 드라마가 아니라 미스터리 스릴러다.
‘언노운 우먼’은 ‘정체 모를 여자’ 이레나라는 인물이 누군지를 밝혀내는 게임이다. 그녀는 누군가. 그녀가 의문스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걸 알아내기까지 관객들은 감독과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감독은 이야기보따리를 쉽게 풀어놓지 않는다. 과거를 설명하지 않고 연상시키는 편집은 궁금증과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적이긴 하다. 하지만 관객에겐 불친절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레나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문다. 이레나는 왜 가정부를 없애려는 시도까지 하면서 아다처 부부의 집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는가. 이 집 딸 테아와 이레나의 관계는 무엇일까.
영화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 이레나가 한때 몸을 파는 여성이었으며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포주가 방해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다시 의문을 던진다. 악마 같은 포주는 어떻게 되살아났을까. 이레나가 훔친 포주의 돈은 어디로 갔을까.
참을성 있게 의문을 풀어간다면 꽤 흥미로운 영화와 만날 것이다. 답을 얻었다면 답들을 모아 지그소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 조각을 모두 맞춰야 이레나라는 인물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그것도 마지막 반전이란 관문을 뚫어야 가능하지만.
힌트를 주자면, 이 영화가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비교되고 있다는 것.
인생의 굴곡과 주름 사이사이에서 찬란했던 과거와 희열을 끄집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역시 거장답다. 딸기를 통해 옛 애인을 떠올리는 장면, 기존의 가정부를 쫓아낸 이레나가 계단에서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은 깊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낼 때는 차가운 바이올린 소음으로, ‘인생의 봄’을 떠올리는 이레나의 회상은 로망스에 닿아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도나텔로 어워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을 휩쓸었고 모스크바 및 해외 영화제에서 12개 부문을 수상한 인기작이자 화제작이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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