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예창작과 교수 |
계절의 변화와 변화 사이에도 이토록 절실한 순간의 마디가 있거늘, 우리 삶의 숨 가쁜 마디마디에는 또 얼마나 많고 단단한 마디가 존재할 것인가. 땡볕의 숨 막히는 순간에도 거기에는 여러 겹 숨결들이 하나로 어울려 생명의 거대한 하모니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 울림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여 어느새 우리 주변의 자연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가을의 새로운 장으로 움직여가고 있는 것이다.
7월로 접어든 자연은 이제 하나의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시작하고 있다. 현란한 몸짓이나 역동적인 움직임은 아니더라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서서히 포옹하면서 이끌어 올리는 거대한 힘은 이미 우리들 가까이에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이미 우리 시간을 미래의 위대한 결실에 닿게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념, 우리의 희망, 우리의 가치 그리고 우리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를 벗어날 수 없거니와 벗어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자체는 희미해지고 마는 것이다. 이제 많은 것들의 의미는 개인주의를 벗어나 사회성과 그 안의 문화적 가치 위에서 사고해야 한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일상과 사회를 돌아보는 지혜를 일깨워야 한다. 봄에서 여름,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는 계절마다 차이가 분명하지만, 서로의 인과관계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순환하는 고리를 형성해 간다. 그것은 발전이라는 단계로 승화되면서 일 년의 완성을 성취해 보여준다. 그렇듯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종국에는 커다란 하나의 완성을 지향해가고 있다는 결과를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란 갈등하고 대립하는 순간에도 언제나 함께 어우러지면서 서로를 상생으로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창가에는 장마의 기운이 다가와 있고 숲의 나무와 들판의 풀들은 그 기운에 휩싸여 있다. 어쩌면 이 시련 앞에서만 자연은 오히려 제 모습을 찾고 그 거대한 흐름 안에서만 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바람에 휘감기는 나뭇가지, 빗줄기에 시달리는 나뭇잎 그리고 때로는 거대한 나무둥치가 꺾일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자연이 끌어안아야 할 삶의 일부인 것이다. 자연이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흐름인 것이다. 삶과 자연의 이치는 서로 다른 듯해도 결국 하나인 것이다. 7월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자연을 통해서 배워야 하는 이치는 거기에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