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충청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는가?

[금요논단]박광기 대전대교수·한국정치정보학회장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의 인사 이후 충청연대론이 정가에 꾸준히 돌고 있다. 지난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에서도 충청의 홀대는 계속되었기에 이번 인사를 두고 충청에 대한 안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비록 충청출신의 인사라고 하지만,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 인사이후 정가에서는 충청안배라는 평가를 넘어 향후 충청과의 연대설이 도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박광기 대전대교수·한국정치정보학회장

과거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국이 혼란하고 여야간의 대립이 첨예화되면 반드시 고개를 드는 것이 충청과의 관계이다. 국론통합이니 정국안정이니 하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우리 지역과의 관계를 거론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홀대에 홀대를 거듭한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왜 때만 되면 우리 지역이 도마에 올라 거론되는 것인지 도무지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이명박정부의 차기 총리로 또 충청권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거론되는 인사들의 행정력과 정치력, 그리고 통합과 조정능력 등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기초로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역적 안배의 차원에서, 그리고 국정돌파의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기에 불쾌하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 총리를 능력과 자질보다 지역안배와 국정전환의 수단으로 임명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총리란 국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로 국정과 행정의 전문성과 함께 통합과 화합 그리고 관용으로 국정 전반을 기획하고 조정하고 수행해야만 한다. 만약 충청권 총리가 임명되는 것이 지역안배나 국정전환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을 평가받아 임명된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정가에 나돌고 있는 충청총리론의 실체는 참으로 정치가 해괴하다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만약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이 힘이 있고 능력이 있고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절대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고 있는 정당이 힘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고 절대적인 지지기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자유선진당은 대전과 충남을 제외하고는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조차 지지기반 확보에 실패했다. 또한 국회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이념과 정책노선이 다른 창조한국당과 이상한 연대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 전국정당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자유선진당이 전국정당화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충청을 위해서도 좋을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자유선진당의 지지기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충청이며, 충청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영남을 대표하고 민주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듯이, 그리고 과거 JP의 자유민주연합이 비록 충청권 이외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했지만, 이 역시 충청을 대표하는 정당이었는데 하물며 충청에만 지지기반이 있는 자유선진당을 누가 전국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만약 무리하게 충청을 대표하는 정당이 전국정당화를 위해 무리하게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합이나 연대를 추진한다면 향후 어떤 모습을 취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충청이라는 대표성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이지 모를 일이다.

그 동안 우리는 오로지 단 한 가지의 명분으로 그래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바로 충청이 갖는 자존심이다.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자존심은 비록 세가 약하고 다른 세력으로부터 공격이 있더라도 충청이라는 자존심으로 굳건히 우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자존심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세종정부직할특별시 건설, 첨단복합의료단지 유지 등 산재한 우리지역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존심을 버리더라도 세를 결집해야 한다는 명분은 결코 우리의 자존심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연 우리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것일까? 차라리 전국정당보다는 우리를 지키고 우리의 세를 더 굳건히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