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전지방노동청에는 사용제한기간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해당 사업자들은 사업자 나름대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해당 근로자는 자신의 고용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묻는 문의가 쇄도했다.
대전의 A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할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지 결정을 못했다”면서 “여야 협상과정을 지켜보며 좀 더 시간을 두고 비정규직 근로자 해결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충남의 한 제조업체 B사의 경우도 현재 2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리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끝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경기불황을 감안할 때 비용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렇다고 한 번에 모두 해고를 하게 되면 업무 공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여야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방침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C씨(59)는 “재계약을 하면서 병원이나 유통기관 등에 근무를 했지만 해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해 봤다”며 “사업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갑갑한 심정이다”고 걱정했다.
대전비정규노동센터 홍춘기 소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의 마인드를 바꾸고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줘야 한다”며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계획하고 있는 기간 유예나 연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2년을 더 연장한다 해도 그때 가서 지금과 같은 일이 초래될 것”이라며 “법에 따라 고용기간을 다 채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제단체에서도 비정규직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오후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갖고 성명서를 통해 “기업의 현실을 외면한채 정치권이 노동계의 눈치를 보면서 싸우고 있는 동안 중소기업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현 상태로 비정규직법이 적용될 경우 앞으로 소리 없는 해고가 계속돼 매달 2~3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 국가적인 고용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던 근로자들의 간절한 호소는 물거품이 됐다”며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 때문에 해고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치권이 하루빨리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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