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범죄자는 주변에 상존한다. 이를 막으려고 빗장을 단단히 지른다. 자물쇠를 확실히 채운다. 그래도 도둑은 막아내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경찰이 대부분 잡아낸다.
그 덕에 밤새 곤히 잔다. 차를 몰아도 어기는 자 잡아주기에 맘 편하다. 지키는 사람을 보호해 준다. 위반하는 녀석을 잡아 대가를 치르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동네 아저씨다.
원래 안심을 다스리는 치안은 주민의 공동책무. 마을 성인남자가 번갈아 야경을 도는 형태였다. 무보수. 유력자는 돈 주고 대리시키는 사례도 빈번했다. 현상금 내걸고 도둑 잡이를 운용하기도 했다. 부작용이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업 직업인이 필요했다. 1829년 9월 26일에야 영국 런던에서 전문가 스타일 경찰관이 탄생. 제복을 입고 계급장을 달았다. 경찰봉도 찼다. 급여를 받았다. 세계 각국으로 퍼졌다.
19세기 초 뉴욕. 순시원과 야경원이 거리를 누볐다. 종 치며 포고를 알리는 벨 맨. 요금 징수하는 톨 테이커. 가로등 켜는 램프 라이터. 불 끄는 레더 헤드. 약간의 보안관과 형사가 있었다. 법집행관이라 불렸다.
1845년 이들 8백 명을 경찰관으로 임명. 연봉 5백 달러. 왼쪽 가슴에 놋쇠로 된 별을 달았다. 1855년 유니폼이 지급됐다. 이 해에 시카고에도 경찰국 창설. 1860년 서부 소도시 로스앤젤레스도 6명으로 출발했다. 1880년 시카고경찰은 최초로 신고전화를 설치했다. 순찰차는 1899년 오하이오의 아크론에 처음 등장. 20세기로 접어들어 무전순찰차가 거리를 누볐다. 감식센터도 본격 가동했다. 경찰별명도 다양해졌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존 로 John Law는 점잖은 표현. 권위에 도전하는 표현 돼지 pig는 1840년대부터 쓰였다. 널리 통용되는 말은 단연 캅(Cop). 순찰 도는 경찰관이라는 뜻. 일본 역시 같은 의미의 오마와리상이다.
이렇게 보면 경찰업무의 기본은 순찰이다. 사람 몸의 등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누가 주로 도는가. 순경이다. 별의별 일을 다 한다. 술주정꾼 상대를 한다. 환자도 돌본다. 그러다 보니 험한 꼴도 많이 당한다. 도둑 예방하고 잡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조우하는 불편의 해소에도 나선다. 집나간 개 찾아주기도 과업의 하나다. 시위와 집회의 현장에서도 부대 활동의 중핵이다. 없어서는 안 될 바로 그 순경이다.
요약하면 보호와 봉사 ‘To Protect and To Serve’의 선봉. 열심히 한다. 그렇지만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적대시하는 환경 속에서 일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면 우리에게 좋은 사회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충남경찰청장 재임 당시 매일 새벽 다섯 시면 파출소 돌아보기에 나섰다. 낯에는 저 멀리 낙도 출장소까지 둘러 봤다. 실정 좀 살피고 격려하려는 의도였다. 들리면 어디나 컵라면 다섯 상자를 전했다. 노고격려용이었다. 어느 날 익훈 아우가 귀띔해 주었다. 청장님 별명은 김 순경이라고. 나는 좋았다. 순경 있어 내가 있고 경찰 있지 않느냐 화답했다. 충남을 떠날 무렵 승진됐다 한다. 경위되셨다 했다.
지난 6월 충남경찰 특강. 졸지에 청장 두 명 탄생. 사랑하는 현 박종준 청장 외에 김중겸 청장이 서 있었다. 제 자리로 복귀? 그렇다. 또는 그렇지 않다.
겉모습은 전임 청장 치안감이다. 그러나 충남경찰의 마음속에는 김 순경으로 남아 있다. 현장에서 동참하고 동행했다는 소통과 공감이었다. 나는 지금도 순경계급을 준 충남경찰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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