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상수도관련 분야에서 공직생활했던 김홍선(62ㆍ사진) 씨는 기자에게 던지는 첫 질문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2004년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서 퇴임해 현재는 사기업체에 몸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수돗물에 대한 자부심은 강해 보였다. 유등천에서 하루 2000t 가량의 상수도를 공급하던 1966년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해 대전 상수도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김씨로부터 수돗물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당시 유등천 주변은 모두 농경지로 농민들도 가뭄에 물이 급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유등천에서 물을 찾는 농민들과 수돗물 확보를 위해 도랑을 파는 직원들 사이에 물싸움이 잦았습니다” 김씨의 얘기를 듣자니 과거의 어려웠던 환경을 짐작하게 했다.
“농민들도 농사를 망칠까 하천을 두고 벌이는 물싸움은 치열했지요.그나마 하천에 물이 말라 수돗물이 단수되는 것도 예사였습니다”
김씨는 그러면서 대전시가 다른 지역보다 물 사용료가 저렴한 이유에 대해 비화를 하나 들려줬다.
“대청댐이 바로 지척에 붙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청댐 물을 사용하는데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기지개발공사(현 한국수자원공사)와 5년간의 줄다리기에서 얻은 결과입니다”
김 씨는 “대청댐 공사 완료 후 건설사업비 1529억여 원 중 8.9%인 136억여 원을 대전시가 1982~2031년까지 50년간 상환하기로 산업기지개발공사와 합의한 것이 주요했다”고 회상했다.
50년 동안 127억 3100만㎥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1㎥당 댐 건설비 3.6원, 관리비 2.89원 등 모두 6.49원으로 대청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다목적 댐의 방류수를 사용하는 타 도시는 1㎥당 25원을 수자원공사에 이용료를 내는 것에 비하면 19원 이상 저렴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이후 대전시의 수돗물 생산원가가 저렴해질 수 있는 큰 이유 동기로 작용했다.
김 씨는 “대청호 물 사용료 대신 공사비만 납부하기로 결정하는데 대전시와 산업기지개발공사 사이 5년여 간 줄다리기를 했다”며 “다른 지자체는 건설비 전체를 비용에 포함시킨 반면 대전은 총 공사비의 8.9%만 물 사용료로 내면 됐다”고 말했다.
결국, 대청댐을 만드는데 8.9%의 지분을 갖고 있고 다른 시ㆍ도처럼 다목적댐 방류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댐 안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전은 댐 건설비용만 내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 이같은 주장을 산업기지개발공사측에서 받아들여 현재까지 대청댐에 대한 건설비용만 낼 뿐 물 사용료는 내지 않아도 돼 큰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당시에는 건설비 절감차원에서 추진됐으나 현재시점에서 판단해보면 대전시에 엄청난 예산절감을 안겨준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상수도와 관련해 현업은 떠났지만, 수돗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그리고 지금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신뢰를 아쉬워했다.
김 씨는 “최근에는 수돗물에 중금속 검사에 살균처리까지 하는 만큼 수돗물은 더욱 안전해졌다.정수기 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받아 먹어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글=임병안.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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