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
문제를 풀려면 원인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살펴볼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부 시책의 이념과잉성이다. 애초에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실용주의’를 공약으로 하고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대통령의 당선은 영남과 수도권, 보수층과 기독교계 등은 물론 이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기업가 출신이니까 경제 하나는 제대로 하겠지.”라고 생각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져서 이룩된 것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고소영’, ‘강부자’로 희화되는 특정 계층에 대한 편애 시비, 먹을거리를 염려하는 많은 국민과의 갈등, 전 정부 측 인사들의 무리한 퇴출로 빚어진 잡음 등 경제와 관계없는 문제로 너무 많은 체력소모를 하였고 급기야 작금에 와서는 일각에서 권위주의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대통령의 장기라 할 수 있는 경제 분야에서도 초기 경제팀의 성장률에 집착한 고환율 정책에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까지 겹쳐 환율이 폭등하고 물가가 상승하여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여파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시행착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개발도상기 고성장을 주도했던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한 향수를 과감히 버리고 2만불 시대에 맞게 국민과 약속한 ‘실용’만 추구한다면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 길만이 대통령이 잃었던 지지를 되찾는 길이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을 갈등의 질곡에서 구해내는 길이다.
사실 경제 살리기에는 실용주의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다. ‘실용’의 개념에는 옳으냐 그르냐, 좌냐 우냐 하는 이데올로기적 의미가 없다. 유용하냐 효율적이냐 하는 몰가치적 개념만 존재할 뿐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며 탈 이념적 개혁 개방을 주장한 등소평에 의해 오늘날 중국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뒤를 러시아와 베트남이 따르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우리가 이들 나라들과 이념을 넘어 교역 교류하여 큰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실용주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이쪽은 자본과 기술을, 저쪽은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제공하여 서로가 이익을 얻는 개성공단 같은 것도 실용주의의 산물이다. 긴장이 완화되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부수적 효과이다.
이 시대에 이념을 앞세우는 나라는 없다. 오직 냉혹한 국익만 있을 뿐이다. 이념에 의해 국민이 양분되어 서로 죽일 듯 으르렁대는 나라도 없다. 뜻을 모아도 힘겨운 시기에 이 얼마나 아까운 국력 낭비인가. 대통령이 근자에 다시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중도’를 ‘실용’ 앞에 내세운 것은 좌우 이념갈등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 같다. 하루빨리 소모적인 이념갈등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위기극복에 매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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