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물관과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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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물관과 미술관

<변상형 교수의 문화 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01 10면
  • 변상형 한남대 문화예술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문화예술학과 교수
대전에 설립되어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형태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역사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들이며, 두 번째는 과학을 중심으로 특성화시킨 것들이고, 세 번째 경우는 개인적으로 수집된 유물들을 공개적으로 전시함으로써 개인의 취미를 공적으로 확장시킨 경우이다. 개인 미술관이나 박물관 형태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몇몇이 그 예일 것이다.

지역민이라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우리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특수한 유적을 통해 발굴된 유물들과 관련된 작품들을 찾아보고, 또한 교육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박물관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특히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휴일이나 방학을 맞이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 가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요즈음 들어 기업이나 자치단체에서 또는 재단에서 설립, 운영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개인의 뜻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개인 미술관이나 사설 박물관이 늘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개인적 취향으로 수집해오던 유물들을 한층 공적인 공간 안으로 흡수, 전시함으로써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는 공적인 기능으로 확대하려는 새로운 문화계층이 이른바 증가하고 있음이다. 한국박물관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406개 박물관 가운데 절반인 203개가 사립박물관이라고 한다. 문화재 수집ㆍ보존과 박물관 문화보급에 사립박물관이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서 체험학습 등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열린 박물관’을 지향하는 곳도 크게 늘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그동안 지니고 있던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데는 분명 이들의 공이 크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추세이다. 특히 서울지역과 강원도 일원과 제주도 등에는 우리의 상상이 허락하는 한 기발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개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다양하게 설립되고 있다.

물론 우리 지역에도 수십 년간 질적으로 우수한 소장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일반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개인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과 취미로 시작한 수집이 일정 정도의 수준을 넘어섬으로써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은 욕구와 보존의 문제 등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꿈을 실현한 이들에게 닥친 문제는 예상외로 크다.

수집과 보관, 공간 운영 등에 필요한 재정부담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설립의 열정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댓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술관이나 박물관 자체에서는 수입원을 충당하기 어려워 제2, 제3의 수단이 동원되기 마련이다.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은 사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말이 될 것이다.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흔히 찻집이나 식당 등을 부대사업으로 벌이기 마련인데 결국은 주요 사업의 비율에서 박물관 운영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박물관을 운영하기 위해 차린 영업이 주가 되어버리고 박물관 전시나 운영은 몇 년이 지나도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전시품은 몇 년이 가도 변하지 않고, 별도의 프로그램은 꿈도 꾸기 어려운 공상이 되고 만다.

물론 박물관이나 미술관 운영을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 유물이나 수집품은 전시장에 공개됨으로써 개인의 재산을 넘어 공적 개념이 포함된 특수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설 박물관이나 미술관 운영에는 사회적 지원과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박물관·미술관 지원법이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지원보다는 의무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법은 사실 규제를 위한 법일 뿐이다.

복권기금이나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약간의 보조금이 전부인 상황에서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 파악도 어려우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교육적인 기능을 통한 다양한 삶의 질 향상의 목적과는 자꾸 멀어지고 있다. 개인 수집가나 박물관, 미술관 운영자가 문화적 공익을 위해 좀 더 나은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나 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지역의 관람객들은 한번 가본 것으로 만족스러운 사설 박물관과 미술관이 더 이상 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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