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혼이 집약된 서예 작품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9월 27일까지 주역의 64괘를 인간형상의 이미지로 표현한 고암의 1974년작 ‘주역 64괘 차서도’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고암이 주역의 괘 이름의 획 하나하나를 사람 모양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서체 추상의 연장선상에서 주역의 원리 하나하나를 일치시켜 표현한 것이다.
지난 2005년 서울 평창동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렸던 ‘고암서예 시·서·화’전에서 일부가 소개됐던 작품이다.
이 전시에는 공자가 책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질 정도로 많이 읽었다는 주역의 64괘 글자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특히 고암은 글자마다 저마다의 뜻이 내포하고 있는데 인간적인 삶의 문제를 주역 64괘의 글자를 빌어 추상화한 것이다.
이같은 고암의 작품 세계는 ‘끊임없이 진행 중인 인간의 모습’을 주역의 글자를 통해 나타낸 것으로 고암의 조형세계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암이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경전인 주역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길을 모색해 나갔던 예술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응노미술관 관계자는 “고암 화법은 전통적 화법에서 출발했지만 새로운 자신의 화법으로 형성해 서예적 추상, 문자화 시리즈, 군상시리즈 등으로 자신 앞에 놓인 삶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려 했던 강한 의지의 소산 이었다”라며 “고암은 장르의 한계와 매체 활용의 폭을 넘나들며 자연의 섭리를 통한 삶의 지혜를 구하고, 화(畵)의 생명력을 이어 온 동양적 사유의 틀을 가진 파리의 동양인이었다”고 설명했다./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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