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꾸려는 개명 광풍이 불고 있다.
불황의 시대에 좀체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 예전과 달리 한층 수월해진 법, 한글에서 한자 이름으로의 전환 등이 맞물려 개명이 확산되고 있다.
가정지원은 올해에도 7000건 이상의 개명 신청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이 발표한 전국적인 개명현황을 보더라도 2003년 신청 건수가 4만 8886건, 2004년 5만 430건이던 것이 2005년엔 7만 2833건으로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인 이래 2006년 10만 9567건, 2007년 12만 4364건, 지난해엔 14만 6840건으로 개명 신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5년 대법원 판례에서 개명허가 여부 결정을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과 아울러, 신청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의 필요성,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인 측면도 함께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부터다.
인지세와 송달료를 합쳐 1만 6000원밖에 들어가지 않는 개명신청비도 개명신청을 한결 수월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개명 광풍에 작명감정소와 인터넷 작명사이트는 호황이다.
인터넷 개명·작명사이트엔 1만명 이상의 회원으로 넘쳐나고, 작명감정소에도 새로운 이름을 받으려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서구 둔산동의 한 작명감정소 관계자는 “사람들에겐 사주팔자에 맞는 이름이 있다”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하듯이 이름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개명 신청층도 다양하다.
학생들 부터 노인들까지. 이유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 노인들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사업가는 사업을 흥하기 위해 등등.
한글 이름 세대가 성인이 되자, 이제는 이름을 한자로 바꾸는 젊은층들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개명을 신청한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대부분 삶이 변화되길 바라지만 효과는 ‘글쎄요’다
서구 월평동에 사는 주부 김모(50)씨는 올해 들어 대학을 졸업한 두 딸아이의 이름을 개명했다.
돌림자를 포기하고 딸 아이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해준 것이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이 취업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지난 연말 점집을 갔는데, 이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개명을 시키기로 결심했다”며 “어미 된 입장에서 이름이 안 좋다는데 바꾸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얼마 전 개명을 한 이모(30)씨는 “개명을 한 이후 지인들이 헷갈리는 것은 물론 금융거래, 인터넷 사이트 접속 등 많은 부분이 불편하지만 분명히 개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방승만 대전지법 가정지원장은 “불법적인 목적만 아니면 대부분 개명이 허용된다”며 “하지만, 섣부른 개명으로 이름을 다시금 바꾸려는 이도 늘고 있고, 무작정 점집이나 작명소의 말만 듣고 개명을 선택하지 말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주영ㆍ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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