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대해진 스케일... 로봇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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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거대해진 스케일... 로봇들이 돌아왔다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샤이어 라버프, 메간 폭스, 조시 두하멜.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26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오토봇은 미군을 도와 지구에 숨은 디셉티콘을 색출한다. 샘 윗위키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평범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큐브 조각을 건드리는 바람에 트랜스포머의 역사와 모든 지식을 알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디셉티콘은 샘의 머리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그의 뒤를 쫓는다. 뇌에서 정보를 뽑아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 그렇게 해서 재기하겠다는 것이다.


 옵티머스 프라임. 주인공 샘 윗위키를 도와 지구를 지키는 오토봇 진영의 수장. 그가 샘을 지키기 위해 필라델피아 근교 숲에서 디셉티콘 로봇들과 혈투를 벌인다. 그렇다. 이건 혈투다.

 로봇끼리 치고받고 나무에 부딪힐 때마다 로봇들은 가스를 내뿜고, 기름을 토하고, 깨지고 일그러진 부위에선 피, 아니 윤활유가 흐른다. 프라임의 현란한 쌍검술도 디셉티콘 로봇 3대의 합공을 당해내진 못한다. 치명상을 입고 온몸이 일그러진 채 꺼억 꺽 윤활유를 토하는 프라임의 처절한 최후에 마음이 짠하다.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이 전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게 바로 이 것. 로봇들의 고통이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로봇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이클 베이 감독은 로봇들에게 ‘개성’을 부여한 걸 꽤나 자랑한다.
 “우리는 1편 막바지에 가서야 로봇이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밀어붙인 게 2편이다. 아주 작은 로봇, 기계소리만 나는 로봇, 멍청한 로봇, 잔인한 로봇 등등 60여 대의 다양한 로봇이 등장한다.”

 덕분에 선과 악의 ‘소속’은 분명해졌다. 악의 진영 디셉티콘은 덩치를 키우고 조직을 갖췄다. 중장비 7대가 합체해 만들어지는 ‘디베스베이터’는 높이가 30m를 넘는 덩치다. 대장 ‘폴른’, 위성을 해킹하는 ‘사운드 웨이브’, 수리를 도맡는 ‘닥터’ 등 체계도 명확하다.

 반면 오토봇 진영은 희생과 유머를 보강했다. 쌍둥이 오토봇 ‘머드플랩’과 ‘스키즈’는 영화 ‘스타워즈’의 쓰리피오와 알투디투에 버금가는 만담을 들려준다. 특히 스키즈는 GM대우 마티즈의 후속 모델이어서 친근감을 더한다.


 개성을 부여받은 로봇들이 1편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른 편집은 개성 같은 걸 음미할 틈을 주지 않으니.

 마이클 베이 감독은 미친 듯이 카메라를 흔드는 현란한 액션, 빠른 편집,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장기다. 1편에서 자신의 장기를 맘껏 휘둘렀던 감독이, ‘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의 법칙이 적용되는 속편을 만들었으니 ‘트랜스포머 2’가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로봇들의 전투장면은 물론이고 미국과 프랑스, 이집트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스케일도 크게 확장됐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량을 마구 쏟아 붓는다. ‘압도적으로 많은’ 로봇과 피라미드를 파괴하고 항공모함을 두 동강 내는 ‘기겁할 정도로 거대한’ 스펙터클로 2시간 30분을 꽉꽉 채워놓았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스펙터클은 과다복용을 걱정할 정도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과 귀청을 찢을 듯한 음향효과는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CG 스펙터클 과다 아드레날린 펌프질 로봇 블록버스터다.

 문제는 역시 빈약한 내러티브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2편에서 트랜스포머의 역사를 풀어놓는다. 트랜스포머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쩌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으로 나뉘었고 서로 싸우게 됐는지 그리고 디셉티콘은 왜 지구를 공격하는지 등등 궁금증을 풀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기원, 역사, 운명까지 논하는 줄거리는 진담이라고 보기엔 우습고, 농담으로 듣자니 웃기지도 않는다.

 또한 소소한 개그를 전하는 정도의 용도로 사용되는 인간 캐릭터들은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샘의 부모는 출연시간 내내 썰렁한 유머로 이야기의 맥을 끊는다. 영화 종반 디셉티콘에 납치돼 아슬아슬한 인질극이라도 벌어지겠거니 했지만 혼전 중 손쉽게 풀려난다.

 하기야 줄거리가 무슨 상관이겠나. 관객이 로봇의 연대기 따위를 이해할 필요가 어디 있겠나. 이 영화의 본령은 로봇들의 액션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액션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를 정리할 필요조차 어느 순간 잊혀져버린다.

 현란한 비주얼에 눈을 뺏기고 쿵쾅거리는 금속성 음향에 귀를 뺏기고 나면, 한 술 더 뜬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게 재미있는 건지, 재미없는 건지도 모른 채 그냥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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