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의약연구소 |
사람의 뇌에는 아메바 같은 세포가 수백억 개 있고 치밀한 전략을 가진 면역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브라질과 FIFA 랭킹 200위 국가(US 버진 아일랜드)와의 축구게임보다도 더 일방적인 승부로 끝나리라 생각되는 데도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계속 번지고 있으며 사망자 발생지역도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감염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플루의 위험성이 6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단계별 기준에 따라 위험도가 올라가는데 6단계는 대유행이 시작되는 마지막 단계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한 시기가 3차례 있었다. 지구가 세계 1차 대전으로 휩싸이고 있을 1918-9년에 세계 각국의 공중보건이 모두들 열악한 상태를 노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때 감염자수만 5억 명에 달했고 사망자수도 2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보다 몇 배의 사람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하였다. 이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1N1 형 바이러스로 후에 사람과 조류의 유전형이 혼합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임이 밝혀졌다. 두 번째는 1957년 일명 아시아 독감으로 불리는 H2N2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1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세 번째는 이로부터 10년 뒤인 1968년 홍콩독감으로 불리는 H3N2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70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후부터 세계보건기구는 플루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매년 새로이 유행할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백신을 각 국가에 공급하면서 플루의 대유행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었다.
21세기에 들어와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사람감염 사례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 H5N1형 바이러스가 가장 병원성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60% 이상의 치사율을 나타내어 과연 무서운 바이러스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는 불행 중 다행으로 매우 완만하게 진행되어 감염자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불만을 가진 듯하여 up-version된 바이러스를 만드니 이것이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1N1형이지만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형과 매우 유사하여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형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생각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처럼 다양한 유전적 아형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이들 다른 아형들이 서로 교차반응하게 되면 언제든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전쟁에서 성(城)을 함락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듯 바이러스도 여러 유형으로 사람에게 계속 감염을 시도하다가 그중 하나의 유형이 사람의 면역시스템 방벽을 뚫고 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을 방비할 최선의 방책은 백신이나 단 시일 내에 이에 대한 백신을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브라질에서는 신종 플루의 변형이 나타났다고 하는 것처럼 백신을 생산하는 동안에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가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이러스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반드시 숙주 세포 안에서만 증식을 할 수 있는 데 이때 막을 수 있다면 효율이 매우 클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의 외형이 매년 up-grade 되어도 자동차 엔진 방식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불철주야 찾고 있으므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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