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술 한국교원대 총장 |
사실, 이런 일은 그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정치판에서도 일어나고 공사판에서도 일어난다. 연구비 심사장에서도 일어나고, 자선사업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학 교수 집단에도 일어나고, 조폭 사회에서도 일어난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인간에 대해서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지만,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평소에 사람들은 정의, 용서, 자비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생각은 자기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을 때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소위 NIMBY(나는 빼고) 현상이다.
그런데 인간의 이러한 속성을 나쁘다고 몰아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는 인간의 이러한 속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그러한 속성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관의 장이 되어 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개혁을 시도하면 언제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반대하는 이유를 분석해 들어가면 모두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식인들은 반대하는 이유를 매우 고상하고, 아름답고, 정의롭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포장을 하거나 관계없이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은 자기가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기존 체제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개혁에 격렬히 반대할 것이며, 새로운 체제에서 이익을 볼 사람들은 아직 이익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개혁에 소극적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개혁은 언제나 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개혁이 이렇게 어렵지만 그렇다고 개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개혁의 성공조건으로 첫 번째는 개인 이기심의 발로를 최대한 뒤로 돌리는 일이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작 단계에서 심한 반대에 부딪치면 그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시작 단계에서는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혁이란 나중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나 시행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모든 개혁의 목표는 달콤하지만 그 과정은 쓴 것이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 전에 원론적인 합의를 먼저 이끌어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이 제시되면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이 비록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자기의 이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약할 때는 정의롭게(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이해관계가 노출되지 않는 원칙에 대한 합의에 먼저 도달하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나중에 제시한다고 해도 반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는 앞에서 합의한 원칙에 입각하여 설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순서를 바꾸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후에 되돌아가서 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려하면 이미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노출되었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개혁도 이와 같은 원론적인 합의 없이 수많은 구체적인 사안들이 바로 추진되기 때문에 많은 반대에 부딪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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