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만원 벌기도 힘든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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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만원 벌기도 힘든데..." 한숨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24 8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1. 대전 서구 둔산동 A은행 앞에서 간식거리를 펼쳐놓고 파는 김미숙(45)씨는 23일 은행에서 5만원권으로 환전해 나오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5만원권 첫 발급에도 불구하고 은행 창구가 한산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신권을 자랑하듯 꺼내든 모습이 남 얘기 같다는 표정이다. 요즘 같아선 하루종일 쌀과자 등 간식거리를 팔아봤자 5만원 정도의 매상도 올리지 못해 5만원 신권을 바꾸고 함박웃음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신권 환전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줄 알고 아침일찍 노점을 열었던 김씨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뿐이다.

#2. 대전 중구 문화동에 살고 있는 오연지(37ㆍ여)씨는 5만원권 출시가 탐탁치 않다. 당장 이번 토요일 대학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 데 더이상 3만원을 축의금 봉투에 넣기가 쑥스럽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그래도 만원권이 최고액권이라는 이유로 3만원을 축의금으로 내더라도 눈치가 보이질 않았는데 1장짜리 5만원권이 생겨 고민이 앞선다. 오씨는 “그렇지 않아도 결혼이 늦어져 마음이 무거운데 축의금으로 5만원을 봉투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23일 36년만에 최고액권인 5만원이 발행돼 시중에 유통됐지만 지역에서는 은행 창구마다 한산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은행 영업점에서 100만원(만원권)의 현금을 5만원권 20장으로 바꾸는 시민도 보였지만 5만원권 발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게다가 영업점 대기자 역시 1~2명을 넘지도 않아 신권 발급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도 없었다.

5만원권 발행에 대한 반응이 식은 데는 향후 소비촉진에 대한 기대보다는 상대적인 상실감 등이 한 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민들 대부분이 굳이 5만원권으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발급되는 5만원권의 일련번호에 대한 선호도 역시 떨어지기 때문. 한은은 5만원권 가운데 일련번호가 빠른 순서대로 1~100번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전시하고 101~2만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폐공사가 경매 업무를 맡아 이르면 다음달 말께 경매를 통해 일련번호가 빠른 5만원권이 시중에 풀린다.

한은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사회 계층 별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가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대전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5만원권 발행이 어느 정도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경태 기자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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