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물관들의 열악한 상황은 비단 어느 한 지역의 공공 박물관들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전문 박물관의 경우보다 더욱 심한 형편에 처해있는 ‘죽은 박물관들’은 대학박물관일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사이트에서 ‘우리대학에도 박물관이 있었나요?’라는 충격적인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글에는 대학박물관이 수행해야할 가장 모범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실제 그 대학의 학생들조차 어느 건물에 박물관이 위치해 있는지 아는 학생이 적다며 대학박물관을 둘러싼 심각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결국 문제의 원인으로는 홍보부족이 일순위에 올랐고 전시 설명이나 전시물의 빈약함은 눈앞에서 문화재를 확인한다는 사실 외에는 관람객에게 자신의 지역에서 발굴한 각종 유물을 비롯하여 대학의 역사나 대학 박물관이 관리하고 있는 각종 소장품 등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관련학과 학생들조차도 흥미를 못 느끼는데, 일반 학생들에게 재미나 의미를 찾기 힘든 곳을 굳이 방문해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어느 한 대학의 현실만은 아니라는 게 그 사이트를 방문한 대부분의 대학생들 생각이었다. 결국 전국대학마다 박물관이 작게는 한두 개 명목상으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동일한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박물관은 죽어 있다.’
물론 몇몇 대학에서는 대학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원칙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타의 모범이 되는 곳도 있다. 국립대학은 그래도 공공박물관으로서 적지만 지원되는 자금으로 독립된 건물을 짓기도 하고, 전문학예사에 의해 대형기획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사립대로 넘어가면 그 사정은 가히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대학이사장이나 재단의 의지가 없는 경우는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기란 거의 힘들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대학 박물관에는 절대적인 전문인력 부재와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리는 재정지원 등으로 인해 대학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다. 겨우 소장품 창고역할에만 머무는 최소한의 관리만 있고 기획의 기능은 아예 없기 일쑤이다. 이런 조건 탓에 관람객도 찾아오지 않으니 전시 공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단순하게 소장품을 모아서 그냥 늘어놓는 차원의 전시는 전시라 이름붙일 수 없는 것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다니는 대학박물관을 찾아 본 대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학박물관은 대학생들은 물론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될 수 없는 것인가. 대학마다 장기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줄로 안다. 대학박물관의 문화적 위상정립을 위한 대학구성원들의 새로운 인식이 절실하다. 대학박물관을 되살릴 묘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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